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제 6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토착 비리와 권력형 비리를 근절하는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뜻을 강조하면서 검찰의 칼끝이 이 부분을 정조준할지 주목된다.
토착비리는 감시의 사각지대인 지방 공무원이나 시ㆍ군ㆍ구 의회 의원이 기업인과 유착하면서 빚어지고 권력형 비리 역시 청렴해야 할 고위 공직자의 부정이 원인인 만큼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공직 사회의 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누구보다도 국민의 모범이 돼야 할 공직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지위에 따른 도덕적 의무)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에는 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일회성 선언의 차원을 넘어 수사 지침의 성격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신임 검찰총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다음 주께 임명되면 검찰의 전국적인 토착비리 척결 수사가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잇단 악재로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한 검찰의 분위기를 쇄신할 뿐 아니라 민생과 관련한 고질적인 지역 권력층의 범죄를 없앤다는 측면에서 잃었던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근 토착 비리를 4대 중점 단속 범죄로 정해 지속적인 근절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 탓에 성과는 미미했다.
올해 상반기 금품요구와 이권개입, 복지예산 횡령 등 부정부패를 저지른 공무원 116명이 적발돼 95명이 구속기소됐으나 `대어'는 거의 없었다.
이들의 혐의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 공무원이 토착세력과 결탁해 각종 지역 이권사업에 개입한 것으로, 구조적 비리가 만성화한 상태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수사가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박연차 게이트'의 시작도 지역 사업가인 박 전 태광실업 회장이 지역의 유력인사에게 무분별하게 금품을 살포한 전형적인 토착비리였다.
검찰과 경찰이 그동안 토착비리 근절의지를 수없이 천명했음에도 지방 공직사회에 뻗친 검은 손길이 제거되기는커녕 오히려 확산한 데는 지역에서 수사를 지휘해야 할 야전사령관들의 무사안일한 근무태도가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방 검찰과 경찰의 수장들은 1년 남짓의 임기를 별 탈 없이 마치고 상경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는 인식이 공직사회에 팽배한 탓에 부패 사범들은 활개를 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토착비리와 권력형비리 척결 의지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들 범죄에 대한 수사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며 수사 성과 여부에 따라 검ㆍ경의 조직 쇄신도 점쳐진다.
이 대통령이 정권의 핵심 인사 또는 대통령의 가족, 친인척이 뇌물을 받고 인사와 대형 이권에 개입하는 권력형 비리의 근절을 특별히 언급한 점도 고강도 사정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통상 권력형 비리는 정권 교체 뒤 과거권력에 대한 사정 수사로 전모가 밝혀지곤 했으나 `죽은 고양이 목에 올무걸기'란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임기 2년차의 이 대통령이 권력형 비리 척결과 친인척 비리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점은 살아있는 권력에도 부정부패가 있다면 과감히 잘라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정치색 시비에 휘말려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린 검찰이 권력형 비리 수사를 조직 회생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연합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