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종합상사가 특정 사업부문에만 편중하면서 매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침체와 상품가격 급락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흑자경영을 거둔 종합상사들의 이같은 실적 흐름은 균형적인 기업 성장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사업 재조정을 통한 경쟁력 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커진 외형에 비해 사업 내용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점도 문제다.
◆경기침체 악재 속 '깜짝실적' 달성
대우인터내셔널은 올해 상반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3.9%, 14.3% 증가한 4조7890억원, 964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도 50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4% 늘어나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는 철강과 금속, 화학, 기계 등 해외영업 호조에 힘입은 결과다.
LG상사는 2006년 패션부문(현 LG패션)을 분할한 이후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자원·원자재 및 산업재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올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90억원, 순이익 504억원을 기록했다.
카자흐스탄 아다 유전과 중국 완투고 유연탄광의 생산이 계획돼 있어 수익증가 기조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종합상사 역시 상반기 영업이익 418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58.3% 증가했다. 이는 2001년 이후 8년래 반기 최고치다.
반면 SK네트웍스는 경기침체와 환율 타격으로 신규사업 부문의 성장세가 부진하면서 올 상반기에 암울한 성적표를 내놨다.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6.1%, 9.9% 줄어든 10조1511억원, 2289억원을 기록했다.
◆경쟁력 제고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필요
종합상사가 놀라운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들 회사의 매출 분포가 특정 사업부문에 치중됐기 때문.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가스전 개발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이 사업은 대우인터내셔널 시가총액의 67%(1조2000억원)에 해당하는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산되는 해외자원개발 부문의 핵심사업이지만, 특정 국가와 지역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LG상사의 경우 수입유통사업 부문은 유일하게 적자를 내고 있다. 매출총이익 비율이 1% 미만으로 소규모 사업부문이어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기업 성장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정보통신부문 네트워크 사업이 골칫거리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53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3% 감소했다. 원화 약세 탓에 EM부문 자동차 수입사업도 타격이 컸다.
이에 따라 SK네트웍스는 2007년 11월 수입차 직수입 판매에 나선지 1년7개월만에 사업 축소를 결정했다. 최근 경영환경의 변화를 이유로 중국 휴대폰 유통사업도 10분의 1수준으로 정리했다.
기형적으로 높은 그룹 의존도 탓에 사업다각화 노력이 타 기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일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불황 속에서도 일본 종합상사가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경영환경 변화에 맞춰 신속하게 사업포트폴리오를 조정했기 때문"이라며 "국내 종합상사도 아무리 유망한 사업일지라도 '올인'하기 보다는 균형잡힌 사업 계획 재구축을 통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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