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동안 재계는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잇단 M&A설로 술렁거렸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하이닉스 본사 방문이 M&A설로 확대되면서 반도체 업계가 들썩거렸다.
또 비슷한 시기에 포스코의 계열사 중 하나인 포스코강판과 동국제강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이 합병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 또한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포스코는 또 한 번 시장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려야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사간 극적인 타협으로 회생을 준비하고 있는 쌍용차의 주인도 포스코가 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고, GM대우 인수 후보군에도 포스코가 거론된다. 또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다시 토해낸 대우건설 인수대상자 리스트에도 포스코의 이름이 올라있다.
포스코가 이처럼 각종 M&A관련 루머에 빠지지 않고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약 5조8000억 원에 달하는 포스코의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외 시장에서 큰 M&A 매물이 비교적 싼값에 나오다보니 이런저런 물건에 실탄이 풍부한 포스코가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최근 지인에게 사방에서 밀려드는 이런저런 M&A요구 때문에 힘들다는 하소연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러나 포스코와 연관되는 갖가지 M&A설이 단순히 포스코의 풍부한 유동성에 주목한 시장의 루머에 불과한 것일까.
이에 대해 M&A업계의 관계자들은 포스코가 기존 철강업과는 시너지가 없는 하이닉스나 대우건설, 쌍용차 등의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포스코의 실제 M&A 전략이나 실행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M&A와 관련한 현재 포스코의 행보는 뚜렷한 전략없이 이 물건 저 물것 찝적대는 것으로 보인다”며 “명확한 성장전략 목표 아래에서 잠재 인수 후보의 리스트를 뽑고 인수를 위한 세부절차 등을 추진하는 통상적인 딜 프로세스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라는 것이 한 M&A전문가의 말이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포스코의 행보는 최근 정준양 회장의 언행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 회장은 지난 7월 9일 철강협회 조찬모임에서 “대우건설을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한달 후인 지난 7일 멕시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예쁜여자가 나왔으니 지켜보는 심정으로 (대우건설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정 회장의 하이닉스 방문 역시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 대다수 시장 관계자들의 평이다.
이처럼 CEO부터 M&A와 관련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이랬다 저랬다 말을 바꾸니 시장에서는 포스코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을 해도 시장에서는 포스코와 관련된 M&A 루머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기본전제는 거래 당사자를 포함한 시장참여자들 사이의 신뢰다. 시장을 어지럽히는 온갖 루머는 시장이 신뢰를 잃었을 때 양산된다.
포스코 경영진은 루머에 곤혹스러워하고 시장이 자신들의 말을 안 믿는다고 입을 삐죽이기 전에 자신들의 언행이 시장에 신뢰를 주고 있는 지 되돌아 봐야 한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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