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물경제 회복을 위해 내놓은 설비투자펀드가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아직 바닥을 기고 있어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18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주축으로 2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가 다음달 중 출범한다. 이 펀드는 기업의 우선주나 회사채, 장기회사채, 전환사채 등을 매입해 기업에 설비투자 자금을 지원, 경기회복 촉진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하반기 성장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정부가 민간 경기 활성화를 끌어내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펀드를 통해 실물 경제가 얼마나 회복될 것이냐에 대한 시장의 의문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2분기 이후 경기가 차츰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기업들의 투자 리스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설비투자펀드는 결국 정부의 자금 지원으로 물건을 생산하겠다는 얘기"라면서 "하지만 기업들이 설비투자 기준은 향후 경기 전망이 될 것으로 기업의 수요가 얼마나 될 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아직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 이른 시점이라 기업들의 참여 여부가 불투명해 수요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산업은행 관계자는 "설비투자펀드는 기업들의 설비투자 수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할 계획으로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 하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생산설비 수준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기업설비투자 현황을 나타내는 생산설비수준BSI는 7월 들어 전월 대비 4포인트 하락한 103을 기록했다. 8월 전망지수도 106에서 103으로 3포인트 떨어졌다.
설비투자BSI도 3월(85)과 4월(89) 전월 대비 각각 5포인트, 4포인트 오르던 것이 5월부터 7월까지 매월 2포인트씩 느는 데 그쳐 상승폭이 축소되고 있다.
결국 정부가 채권안정펀드나 자본확충펀드 처럼 또 다시 기업의 실질 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정책을 시장에 내 놓은 셈이다.
금융위가가 올 초 금융위기 극복을 위헤 내놓은 채권안정펀드, 자본확충펀드 등은 금융기관들의 수요 부족으로 당초 계획의 3분의 1수준 밖에 집행하지 못했다.
채권안정펀드는 시장이 금융기관의 시장성 상품을 대부분 소화함에 따라 집행률이 당초 계획의 4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자본확충펀드 역시 집행률이 20% 수준에 불과하다. 당초 12조원을 1차 지원한 뒤 지난달 중으로 2차 지원을 벌일 계획이었지만 2차 지원 계획은 아예 무산됐다,
40조원 규모로 설치되는 구조조정기금 역시 현재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해운사 선박 매입에 6조원 가량이 투입한 것 이외에는 집행 실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설비투자펀드 역시 이들 자금처럼 집행 실적이 높지 않을 것이며, 자칫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용식 우리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시장 수요나 필요성이 낮은 자금을 대규모로 지원할 경우 기업의 도덕적 해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결국 투자리스크를 정부가 떠안아야 해 정부 부담 및 국민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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