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연이 만난 사람)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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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2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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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탁(오른쪽) 세계미래포럼 이사장이 서울 삼성무역센터에 자리한 집무실에서 포럼을 만든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오승연 고려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세계가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이 곧 미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녹색성장산업 발굴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노후를 위한 재테크에 너도나도 관심을 쏟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미래를 알기 위한 정보와 지식을 공급하는 채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국가와 기업, 개인이 미래 살림살이를 마련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미래포럼(WFF)은 이런 제약을 극복할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올해 5월 만들어졌다. 정보와 지식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수요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매개체는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주경제는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전 한국거래소 이사장ㆍ국무조정실장)을 만나 전세계를 엄습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 들어봤다.

-고위 관료 출신이면서 자본시장 핵심인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지냈다. 세계미래포럼을 세웠다고 하니 주위에서 계기나 배경을 많이 묻지 않나.

"작년 제롬 글렌 유엔 밀레니엄프로젝트 회장이 서울에서 세미나를 가졌을 때다. 글렌 회장에게 미래를 대처하는 방법을 그렇게 많이 아는데 그것을 이용해 사업할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자신은 미래학자일 뿐이라고 답했다. 연구 결과를 활용하는 것은 정부나 사업가가 해야 할 몫이란 이야기다. 바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지식인이 소중한 연구자료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세계미래포럼은 이런 지식을 정부와 기업, 개인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식 거래소 역할을 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에 정책ㆍ미래경영 컨설팅을, 개인에겐 미래지식 활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다."

-미래지식을 거래하겠다는 말이 흥미롭다. 미래에 주목하게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미래지식은 정말 기발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을 알게 해준다. 혼자만 알기엔 너무 아까울 정도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내 가훈이 '예비하는 사람이 되자'이다. 가까운 미래를 예견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면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 이것은 행복과도 연관된다. 닥칠 수 있는 불운에서 행복을 지켜기 위해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갈수록 물질보다 정신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될 것이다. 지금도 물적 재산보다 지적 재산이 더 값진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식 근로자가 육체 노동자보다 많아진 것은 이를 대변한다."

-포럼과 가훈이 상당히 잘 어울린다. 가훈처럼 예비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나.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개념이 바뀔 것이다. 엘빈 토플러는 저서에서 21세기 들어 다수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민주주의는 가난한 다수를 대변하는 제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난한 사람이 소수다. 소수 권익을 보호하는 데 다수결 원리는 의미가 없다. 교육 역시 바뀔 것으로 본다. 교사는 지식을 가르치기보단 지식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학교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식은 학교나 교과서가 아닌 인터넷에서도 얻을 수 있다."

-포럼은 두 차례 세미나에서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한 각국 사례를 소개했다. 우리는 이런 국제 사회 흐름과 호흡을 맞추고 있나.

"한국은 미래지향적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미래 사회 토양은 매우 척박하다. 지금 먹고 사는 것도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과거지향적이고 현실비판적이다. 과거와 싸우지 말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미래를 기대하고 노력하면 아팠던 과거도 치유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래지향적 사회를 만들지 않고서는 선진화를 실현할 방법이 없다. 특히 우리는 세계 정세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상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미래 연구에 좀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

-포럼을 창립한 지 석 달만에 두 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주위 반응은 어떤가.

"6월에 가졌던 첫 세미나에 70명 이상 참석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여 만족스러웠다. 두 번째 행사엔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현 이화여대 명예교수)을 모셨다. 여기엔 200명 넘는 인원이 와 상당히 놀랐다. 물론 창립 초기인 만큼 행사 곳곳에 미흡했던 점도 없지 않다. 두 행사 모두 기획부터 실행, 사회까지 모두 내가 도맡아 했다. 방문객도 행사장 앞에서 일일이 맞았다. 이런 모습에 많은 사람이 높은 점수를 준 것 같다. 많은 격려도 받았다. 덕분에 오는 21일 열릴 행사도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

-목표처럼 지식 거래소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향후 포럼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창립 3개월을 맞고 있다. 아직 홍보도 부족하고 직원도 많지 않다. 하지만 재밌게 일하려고 노력한다. 하반기까진 미래교육 지침서를 완성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이다. 아울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경영 컨설팅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한 달에 한 번 정기 세미나를 열어 정부ㆍ기업ㆍ개인 회원과 소통하는 자리도 꾸준히 만들겠다. 내달 18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초빙해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위기'를 주제로 세미나를 갖는다. 10월엔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과 함께 미래 교육에 대해 짚어볼 계획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개인적 노하우가 있다면.

"늘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적지 않은 사람이 위기에 닥치면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해결하려고 애쓴다. 이런 식으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집단 지성을 활용해야 한다. 말 그대로 다수 지식을 모으는 것이다. 뛰어난 한 사람보다 여러 사람 생각이 더 지혜로운 답을 낼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직원 의견을 귀담아 듣고 항상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쓴다. 집필하고 있는 미래교육 지침서도 집단 지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 지침서는 인구ㆍ기후ㆍ환경ㆍ교육ㆍ기업경영을 비롯한 20개 미래 분야를 다룰 것이다. 세계미래포럼 홈페이지(www.wff.or.kr)에서 누구나 지침서 작성에 참여할 수 있다."

대담=오승연 고려대 교수
정리=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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