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연이 만난 사람) "100년 한·영 교류, 새 협력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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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2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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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 인터뷰<BR>"EU시장 뚫으려면 첨단 친환경제품 개발해야"

   
 
마틴 유든 영국대사
영국 런던은 미국 월가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금융 허브다. 아울러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시장인 유럽연합(EU)의 중심 국가로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은 세계 6대 제조 강국으로 항공 및 제약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통이 깊은 만큼 관광 등 서비스산업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영국이 끌어 모은 외국 자본은 미국 다음으로 많다. 같은 기간 영국이 유치한 투자 건수 역시 일년 전에 비해 11% 늘었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가 영국에 걸고 있는 기대감도 각별하다. 17세기부터 시작된 양국간 교류는 1883년 공식 외교관계 수립 이후 발전을 거듭해왔다. 또 최근 우리나라와 EU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하면서 한ㆍEU FTA가 세계 무역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한ㆍEU FTA가 발효되기까지는 갈 길이 아직 멀다. 특히 녹색성장을 화두로 내세운 우리나라로서는 친환경 EU시장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EU의 환경 규제 수위나 환경 관련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미국보다 높다. 한ㆍEU FTA를 통한 관세 철폐가 한ㆍ미 FTA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본지는 19일 서울 정동에 있는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마틴 유든 주한 영국대사를 만나 녹색성장시대를 맞아 한ㆍ영 양국간 상호 투자 및 무역 증진 방안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한국과 인연이 깊으신 걸로 압니다. 한국 생활은 어떠신지요.

한국 생활은 올해로 8년째입니다. 1978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1981년까지 이등 서기관으로, 1994년부터 1997년까지는 정치 참사관으로 모두 두 차례에 걸쳐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한 영국대사로 부임한 지 이제 1년 6개월 정도 지났군요.

직업 외교관의 길을 걸은 지 벌써 33년째라 타국에서 생활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습니다. 오히려 가족들도 한국 생활을 즐기고 있고 한국에서 지낼 수 있게 된 게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영국 기업들의 상호 투자가 활성화하고 있는데요. 영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에 조언 한 마디 해 주시죠. 특히 영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의 문제점이나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영국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 규모는 1990년대와 비교할 때 현저하게 늘었습니다. 스탠다드차타드, HSBC, 테스코 등 영국 기업들은 한국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테스코는 삼성물산과 체결한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삼성테스코를 설립, 대형할인점 홈플러스를 탄생시켰습니다. 홈플러스는 2003년부터 국내 대형할인점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영국에 투자하는 데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있다면 한국 기업들은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실제로 이들의 투자 정도는 영국이 한국에 얼마나 투자하는 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국에서는 한국 기업들에 유연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들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적절한 시기에 감원을 시행하는 등 유연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국은 유럽연합(EU) 가운데 독일 다음으로 한국과 교역량이 많습니다. 양국간 무역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양국은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한 석유, 화학, 철강 제품 등을 교역해 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양국이 상대국에 대한 수출 및 수입 제품을 특화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은 첨단기술 제품, 전기 제품 등에 대한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고 영국은 의약품, 위스키 등에 대한 수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영국 기업 상당수가 한국에 진출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영국무역투자청은 각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영국 정부기관으로 이들 기업이 한국시장에서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는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미국과 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영국과 미국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봅니다. 미국은 이미 글로벌 수퍼 파워로 자리잡았고 영국도 미국을 존경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입니다. 한ㆍ영 관계가 한ㆍ미 관계보다 긴밀하지 못하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무역관계를 호의적으로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 한ㆍ영 양국은 각별한 이해관계와 역사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1880년대 미국과 엇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었고 1950년대 외교 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양국 관계 증진에 노력해 왔습니다. 또한 우수한 교육제도를 자랑하는 영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 증가에 힘입어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교류가 활발합니다.

-경제 교류 외에 한국과 영국의 정치 사회 문화적 관계는 얼마나 개선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영국을 방문하는 한국인과 영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1978년 당시만해도 영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수는 수백명에 불과했지만 현재 양국간 인적교류는 연간 25만명에 달합니다.

양국간 문화 교류 역시 크게 활발해졌습니다. 영국에서 유학하는 한국 학생 수는 1990년대에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005년 1만7000명을 넘어선 한국 유학생 수는 현재 2만명에 달합니다.

-지난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영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지요.

영국은 1920년대 경기침체기에 보호무역주의를 고집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설사 보호무역주의 조짐이 보이더라도 1920년대의 악몽을 재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G20 회의에서 영국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참가국들은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의견에 합의했습니다. 지금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을 비롯해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은 보호무역주의에 저항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국대사관은 전 세계적인 관심사인 탄소배출 총량 규제를 실천하기 위해 고가의 하이브리드카를 공용차량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한국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앞장서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를 높이 평가합니다. 경기침체로 인해 G20 정상들이 합의한 '녹색 경기부양'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등 녹색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오늘날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으로 부상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안으로 내놓은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적극 환영합니다. 한국은 교토의정서상 의무 감축 대상 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자발적 감축 의지를 표명해 전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수출입에 많이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기본 조건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국에도 이익이 될 것입니다.

대담=오승연 글로벌 기획위원
정리=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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