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 조문단을 파견하기로 함에 따라 남북관계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로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특사·조의 방문단을 파견토록 해주셨다는 내용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특사 방문단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 비서와 부장을 비롯해 5명 정도로 구성될 것으로 보이며 장례식 전에 방문하되 체류 일정은 당일이나 1박 2일 일정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내한경로는 북측 특별비행기를 이용해 서해직항로로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조문단 파견은 남북관계에 있어 상징성이 크다.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원하는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함으로써 조문외교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김 위원장은 유가족에게 조전만 보내고 조문단 파견은 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도 지난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주인공이지만 서거 이틀 뒤인 5월25일 핵실험을 단행한 북으로선 조문단 파견을 제의할 상황도 아니었고 제의한다고 우리 정부가 받아들일 상황도 아니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대미 관계 개선 행보와 함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관계도 풀어가려는 듯한 모습은 조문단을 파견하게 된 배경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월말 우리 당국자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차단한 이후 지난 4~7월 개성공단에서 열린 실무회담 및 접촉을 계기로 대표단을 받아들인 것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우리 정부 인사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았고 당국자를 남한에 보내지도 않았다.
그런 만큼 북한이 공식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대남라인의 고위급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조문사절로 보낼 경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의 제스처로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북측 고위급 조문단이 남측 방문을 계기로 청와대를 예방하거나 통일부 장관을 면담할 경우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북한이 현 회장을 초청, 민간 교류협력을 정상화할 의지를 밝혔지만 당국간 관계까지 개선할 의사가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측 고위급 조문 사절이 우리 정부 고위인사와 만날 경우 당국간 신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도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의 크기를 결정할 전망이다.
김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핵심 쟁점인 6·15 공동선언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북측 조문단 파견이 성사될 경우 정부가 당국간 관계 개선의 '기회'로 활용할지가 관심사다.
북한은 6·15선언 계승을 남북관계 복원의 전제로 삼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일부 내용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조문단 파견은 그들의 의도 여하와 관계없이 북측이 절대시하는 6·15선언을 부각시키는 결과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로선 조문단이 오더라도 만나서 대화하는 모양새를 만들 것인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청와대측은 "북으로부터 조문단 파견과 관련한 연락을 직접 받은 바는 없고 김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전달을 받았다"며 "검토해서 (수용여부 등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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