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형펀드 자금이 사상 최장인 23거래일 연속 빠져나갔으나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증권가는 역대 자금이탈 규모와 비교할 때 펀드런(대량환매) 심화로 시장을 마비시키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낙관론엔 펀드를 앞세운 기관보다 외국인이 연초 이후 증시를 주도해 왔다는 점 역시 한몫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주식형펀드는 17일 하루 동안 1204억원 순유출을 기록하며 23거래일 연속 자금이탈을 나타냈다. 이는 기존 최장 자금이탈 기록인 2007년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 22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경신한 것이다.
자금유출 규모는 1조7097억원으로 펀드 자금 유출입 통계 작성 이후 세 번째로 크다. 앞서 2007년 3~4월 22거래일 연속 순유출 때는 2조9878억원이, 2007년 2월 18거래일 연속 순유출 때는 1조5893억원이 각각 빠져나갔다. 과거 자금이탈이 심화됐던 시기와 비교하면 현재 순유출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실제 이달 들어 ETF를 제외한 국내주식형펀드에서 하루 평균 빠져나간 금액은 862억원이다. 보통 하루 동안 1000억원 이상 순유출을 나타내야 대량환매로 보는데 아직 이 정도 수준은 아닌 것이다.
다만 자금이 연속으로 빠져나간 23거래일 가운데 5거래일은 1000억원 이상 순유출을 보였다. 코스피 1600선 이상에서 전체 펀드자금 54%인 44조원이 유입됐다는 점 역시 지수 상승세와 맞물려 부담스러운 점이다.
증권가는 이런 자금이탈을 오히려 지수 상승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병훈 대우증권 연구원은 "연속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때 주가 흐름을 보면 코스피가 상승하는 시기였다"며 "18일 연속 순유출됐던 2007년 2월은 1300에서 1400으로 올라섰고 22일째 자금이 빠졌던 2007년 4월은 1400에서 1500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실제 2006년 8월 이후 국내주식형펀드에서 3일 연속 자금이 유출된 횟수는 모두 35차례로 이 가운데 27차례가 지수 상승 시기였다.
환매 행렬이 지속되더라도 증시는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수 1600선 위에 자금이 워낙 많이 몰려 있다"며 "하반기 들어 7~8월 두 달만에 2조원이 순유출됐고 앞으로도 이만큼 더 빠져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오히려 중장기 균형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환매 심화로 국내주식형펀드도 매수 여력을 많이 잃었지만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연초 이후 증시를 주도해 온 것은 14조8000억원을 순매도한 투신권이 아닌 18조7000억원을 사들인 외국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환매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연말이나 내년 초로 점쳐졌다.
오성진 현대증권 웰스매니지먼트컨설팅센터장은 "코스피가 1600선 직전까지 뛰어오르면서 적립식ㆍ거치식 펀드 모두 수익을 낸 상태라 환매 욕구도 강해졌다"며 "환매는 연말 이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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