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주부 장윤정(가명)씨는 인근 홈플러스에 하나은행 지점이 들어선 후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에는 은행 영업시간에 맞춰 낮 시간에 외출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남편이 퇴근한 후 함께 마트에 들러 장을 보며 은행 업무도 함께 처리하고 있다.
#2) 결혼 5년차인 직장인 서병구(가명)씨는 최근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신청했다. 서씨는 대출 상담을 받고 진행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은행을 방문하지만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점심시간에 식사도 못하고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집 근처 홈플러스에 하나은행 지점이 개설돼 퇴근 후 편한 시간에 방문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이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인스토어뱅크(대형마트 등에 은행 지점을 개설해 영업을 하는 방식)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기존 은행 지점과는 달리 평일 저녁과 주말에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고객 유치 및 상품 가입 실적도 일반 지점을 압도하고 있어 경기침체와 증권업계의 공세로 고객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은행권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대형 할인마트인 홈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수원 병점점과 서울 강동점, 중계점 등 3곳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지점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낮 시간대에 은행을 찾기 어려운 직장인 고객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다. 또 홈플러스 매장 내 많은 유동인구를 잠재적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는 최미경(가명)씨는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 걱정이었는데 홈플러스에 은행 지점이 생기면서 퇴근 후 함께 은행을 찾아 통장을 개설하고 용돈도 입금하며 경제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홈플러스 지점의 실적은 일반 지점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 병점점과 강동점은 입점 후 3개월 동안 각각 2000명 가량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다. 이는 일반 지점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신용카드 발급 건수도 평균 450여 건으로 일반 지점에 비해 최대 5배 많았다.
하나은행 중계 홈플러스지점 관계자는 "하루 평균 250~350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다"며 "평균 방문 고객수가 이전보다 1.5배 정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하나은행은 홈플러스와의 제휴서비스 확대를 통해 고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용상품인 홈플러스 체크카드를 이용해 결제하면 결제대금의 0.5%가 포인트로 자동 적립된다. 적립된 포인트는 홈플러스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또 적금과 펀드 등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홈플러스 2000원 할인권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실적이 악화된데다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때문에 고객 이탈까지 우려되고 있어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인스토어뱅크는 이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으로 하나은행의 수익성 개선에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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