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기의 수레바퀴) 선지자를 알아보는 눈(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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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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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제자들과 고향을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다. 안식일 즉, 우리로 치면 일요일에 해당되는 날이 돼서 예수가 교회와 같은 회당에서 고향 사람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예수의 이야기에 많은 고향 사람들이 적잖이 놀랐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 사람은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닌가? 그는 야고보와 요셉과 유다와 시몬의 형이 아닌가? 또 그의 누이들은 모두 우리와 같이 여기에 살고 있지 않은가?” 라고.

예수 자체를 무시하며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자신들과 함께 살았던 어수룩한 목수의 아들 주제에 어디서 잘난 척하며 가르치려 드느냐는 반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위대한 예수도 고향사람들의 홀대에 두 손을 다 들어버린다. 제자들도 있는데 고향 사람들이 자신을 하시하니 창피했을 것이다.

결국 예수는 제자들과 고향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 “선지자는 자기 고향과 자기 친척과 자기 집 밖에서는, 존경을 받지 않는 법이 없다”라고.

이후 예수는 고향에서 기적과 이적을 일으키지 못했다. 몇몇 병자에게 손을 얹어서 고쳐 준 것 외에는. 그는 고향 사람들이 믿지 않는 것에 놀라며 씁쓸히 발길을 돌렸다.

85년,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고 영원의 세계로 돌아간 김대중 前 대통령에 대한 기억은 언제나 수인(囚人)의 모습이었다. 6년여의 옥고와 사형선고, 55차례의 가택연금에도 끊임없이 生을 불살라 되살아났던 그는 수인이어야 했다.

2000년 6월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 군사정권의 박해 흔적인 절룩이는 발길로 환한 웃음을 지으며 김정일 위원장에게 다가가 두 손을 꼭 잡던 때의 모습은 선지자였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지 못했던, 국가 원수가 대놓고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속이 시원했던가! 그래서 그는 선지자다.

한림원은 그해 김 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 그런데, 배 아픈 몇몇 신문과 인종들이 흠을 냈다. 돈으로 산 노벨상이었다고. 한림원은 일갈했다. 우리를 바보로 아냐!

지난해 10월 엠비시 라디오가 김 전 대통령과 인터뷰를 했다. 생전 라디오 인터뷰로는 마지막이었다. 당시 전파를 타지 못한 내용이 18일 저녁 공개됐다. 코스모스와 진달래, 감을 좋아한다고 했다. 직접 연설문을 쓰는 이유도 후대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정성을 알리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보좌관이 옆에서 말을 거들었다. ‘해외 나가시면 지금까지의 업적에 대해 그대로 다 대접을 받으신다. 국내에서만 그렇지 못하다’고.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이마저도 초탈한 듯 “예수도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했다”라고 아퀴 지었다.

민주주의를 버리고 경제를 택한 이기적 선택에 대한 인과응보인지, 올해는 유독 큰 별들이 많이 떨어졌다.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석 달 만에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 그래서일까? 하늘이 벌을 내리시는 것 같아 불안하다. 아니 불길하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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