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추모 물결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빈소와 분향소를 찾는 정치권과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김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극한 대치를 풀고 여야 모두 추모행렬에 동참했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중단한 채 상주역할을 자임하면서 장례행사 지원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광장. 연세 세브란스병원 조문객 발길 이어져
정세균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의원 5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정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우리에게 정말 아버지 같은 분"이라며 "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차질 없이 하겠으며 장례절차가 끝날 때까지 잘 처신하고 헌신적으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당 소속 의원들은 조를 짜 상주자격으로 서울광장 분향소를 지키기로 했고 서울역사박물관 분향소에는 동교동계와 국민의 정부 출신 인사들이 조문객을 맡기로 했다.
이날 한나라당 지도부도 임시 빈소가 차려진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을 찾아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 안상수 원내대표, 정몽준 허태열 박순자 박재순 최고위원, 장관근 사무총장, 홍사덕 홍준표 남경필 김정훈 윤상현 김효재 의원 등이 조문했다.
이들은 빈소 입구에서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삼가 조의를 표한다”고 말을 건넸다.
정부의 공식분향소가 차려진 서울광장은 무척이나 차분한 모습이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때보다는 더욱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추모객은 조위록에 "민주평화통일의 지도자이신 김대중 전 대통령님이시여. 고이 잠드소서"라는 글귀를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날 현장을 찾은 민주당 최문순 의원도 "비통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한켠에서는 '자발적 민주시민 분향소'라고 적혀진 시민분향소도 있었다. 시민분향소는 정부의 공식분향소에 비해 작고 초라했지만 추모를 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이모씨(24)는 "잃어버린 10년을 말하는 이명박 정부가 차린 분향소에 머리를 숙일 수 없다는 생각에 만들게 됐다"며 "공식분향소에서 국회의원들이 새치기해서 분향하고 내빈석에서 편안히 앉아 에어컨을 켜고 있는 것도 보기 싫었다"고 꼬집었다.
추모행렬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이은용(32)씨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추모하고 있는데도 경찰이 와서 천막도 세우면 안 되고 빨리 치우라고 한다"며 "답답하다"고 말했다.
◆ 전국 각지 추모물결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ㆍ전남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분향소를 밤새 지킨 김태영 민주당 광주시당 총무국장(36)은 "어젯밤 분향소를 설치한 뒤 이날 오전까지 3000여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을 따 명명된 광주 서구 '김대중 컨벤션센터' 내 '김대중홀'에도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영남권에서도 애도와 추모물결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시청사 뒤편 녹음광장과 부산역광장 등 2곳에 설치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에는 오전 9시부터 시민들의 분향이 이어졌다.
정오규 전 통합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48)도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빛을 밝혔다. 정치적 아버지와 같은 분이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원도 내 곳곳에도 분향소가 마련돼 시민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도청 대회의실을 비롯해 춘천 시민의 종각, 원주 건강문화센터, 강릉ㆍ삼척시청 로비, 속초 생활체육관, 횡성 실내체육관, 동해ㆍ영월ㆍ정선ㆍ화천 문화예술회관 등 11곳에 분향소가 마련됐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민주당 등이 마련한 분향소에는 오전부터 공무원과 시민 등 조문객들의 추모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진선 도지사는 "김 전 대통령을 빼고는 한국 현대 정치사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셨다"며 "생전에 유일한 분단 도인 강원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셨던 고인이 부디 영면하시길 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애도의 뜻'
중국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대사관과 교민사회 등에서 분향소가 설치되는 등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이날부터 김 전 대통령 분향소를 대사관 1층에 설치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조문객을 맞기로 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신정승 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직원들의 조문을 시작으로 중국 측 인사들과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조문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사관에 설치된 분향소에는 평소 한중 관계를 중시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중국의 각계 고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분향소를 직접 찾아 국화꽃을 헌화하면서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고 있다고 한인회 관계자가 전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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