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前대통령서거) DJ 일기 공개…여권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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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21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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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슬픔. 대북정책 비판 담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일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감회, 현정부 대북정책 비판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여권이 초긴장상태에 들어갔다. 이명박(MB) 정부에 비판적 내용이 공개될 경우 반MB정서가 증폭될 수 있어서다.

유족 측 최경환 비서관은 20일 “올해 1월1일부터 입원 전인 6월 4일까지 쓰신 일기 내용 일부를 발췌해 공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유족 측에 따르면 21일 공개될 고 김 전 대통령의 일기 분량은 총 100페이지 중 3분의 1정도인 40페이지 남짓이다. 나머지 일기 내용 공개는 이희호 여사와 상의한 뒤 결정할 예정이다.

최 비서관은 이와 관련, “인생에 대한 소회, 이 여사에 대한 애틋한 정과 사랑, 동교동 사저 정원의 꽃과 나무, 평소 즐기셨던 한강변 드라이브,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재임 기간 만난 좋은 친구들과의 추억 등과 노 전 대통령을 잃은 슬픔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일기 내용 중 여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싼 정국과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다. 비망록 형식으로 기술됐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의 감정이 가감 없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아 추모열기와 맞물린 역풍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국민적 역풍을 한번 맞았는데 이번에 또 맞는 것 아닌가란 우려가 있다”며 “고인의 마지막 육필을 정쟁거리로 삼아선 안된다”고 경계했다.

최 비서관은 이에 “일기 내용을 처음 본 뒤 전율을 느꼈다”고 말해, 정국에 파장을 불러올만한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독서광·메모광’이라 불리며 방대한 저서를 남겼다.

김 전 대통령은 정치와 사회, 경제 등 여러 분야의 역사와 현안을 날카롭게 파악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치밀한 논리와 화려한 글솜씨로 엮어 책으로 내놨다. 단독 저자로 나선 책은 물론, 생전 연설문이나, 기고문 등을 엮어 공저자로 오른 책까지 수십권에 이른다.

이중 김 전 대통령이 1980년대 초 미국 망명기간에 쓴 ‘대중경제론은’ 경제의 실질적 주체인 대중이 참여하는 경제야말로 참다운 시장경제라는 논리를 담았다. 명경제서로 꼽히는 이유다.

또 다른 대표작은 ‘김대중 옥중서신’이다. 김 전 대통령이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사전 지시했다는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옥고를 치를 당시 부인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책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에 관한 확고한 신념을 담은 이 책은 1984년 출간돼 학생과 재야 운동가들에게 큰 감동을 전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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