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첫 남북 당국자간 고위급 회동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면담이 오전 10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취재진이 한둘씩 모이더니 현 장관과 김 부장의 면담이 시작될 예정이던 오전 10시에는 호텔 정문에서 엘리베이터까지 현 장관의 동선을 따라 설치된 포토라인을 중심으로 100명이 넘는 취재진과 경찰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현 장관이 로비에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동시에 터졌으며 주위를 지나던 호텔 손님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현 장관을 지켜봤다.
현 장관은 경찰의 만류를 제치고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의 장의위원으로서 북한 조문단을 인사차 만나는 것"이라며 "이왕 만나게 됐으니 남북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하고는 면담 장소인 12층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으로 이동했다.
오전 10시 10분께 면담장에 도착한 현 장관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시종 유지했지만 긴장감이 감도는 표정이었다.
이어 10분 정도가 흐른 뒤 김양건 부장이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을 대동하고 면담장소에 들어섰다.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의 김 부장은 호텔방 입구에서 기다리던 현 장관과 악수하며 "어서 오십시오"(현인택)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김양건) 등의 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방 가운데 마련된 'ㄷ'자 형태의 소파 가운데에 나란히 앉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남북관계 등에 대해 환담하고 김천식 통일정책실장과 원 실장을 제외한 모든 당국자와 취재진을 물리친 채 1시간20분 넘게 면담했다.
김 부장은 환담에서 현 장관에게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 정권 들어 첫 당국간 고위급대화임을 생각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날 면담에 의미를 부여했다.
1시간 정도 진행될 것이라는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과 달리 오전 11시40분이 지나도록 면담이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자 로비에서 대기중이던 취재진은 저마다 휴대전화를 들고 상황을 파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오전 11시44분께 면담이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취재진들은 다시 경찰이 늘어선 포토라인으로 모여들었고 일부 취재진과 경찰이 실랑이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약 5분 뒤인 오전 11시49분께 호텔 로비에 나타난 현 장관은 취재진에게 면담에 대해 간단한 내용을 전하고서 바로 차를 타고 호텔을 떠났다.
현 장관이 떠난 뒤 포토라인과 상당수의 경찰들이 로비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긴장감이 계속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현 장관이 호텔을 나서며 '북한 조문단이 일정대로 떠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간은 조금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해 조문단의 청와대 예방 가능성이 점처진 가운데 이날 오전 11시 체크아웃할 예정이었던 북측 조문단 역시 숙소인 5층에서 아무런 이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후 1시가 넘도록 호텔 측이 북측 조문단 전용으로 배정한 엘리베이터가 움직일 기동도 보이지 않자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조문단이 청와대를 예방하기 위해 일정을 늦추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북한 조문단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기다리던 취재진은 결국 오후 1시29분께 김기남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 부장 등 4명의 북측 조문단원과 남측의 홍양호 통일부 차관과 김남식 교류협력국장이 오찬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고서야 조문단이 귀환이 예정된 오후 2시에는 이뤄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측 조문단과 통일부 당국자들의 오찬은 이날 오후 2시30분까지 진행됐으며 북측 조문단은 곧바로 5층 숙소로 올라가 청와대의 면담 허용여부에 대한 결정을 기다렸다.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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