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거점치료병원 상당수가 격리 병상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데다 지역 편중 현상을 보여 신종플루가 확산될 경우 혼란이 우려된다.
거점치료약국들은 일반환자의 이용기피를 막을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고, '주차장에서 약을 주라'는 등 현실성 없는 지침이 내려져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격리 병상 구비 미비..지역마다 병원수 들쭉날쭉
22일 경기도에 따르면 110개 병원이 거점병원으로 지정됐고 2천29개 병상을 준비했다. 경기지역에는 현재 3개 병원에 23명의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입원치료 중이고 298명이 자택에서 치료 중이라 병상에는 여유가 있는 상태다.
그러나 도립의료원 수원병원 (46개 병상) 등 대형병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격리 병상을 따로 마련한 곳은 드물다.
경기지역 A병원 관계자는 "오늘에만 전체 200여명의 환자 중 20%가 넘는 40∼50명이 신종플루를 염려해 내원했지만, 격리 병상을 따로 확보하지는 않았다"며 "보건당국에서 확진환자 발생시 대학병원 등으로 옮기도록 했기에 필요하다면 1인실을 격리병실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36곳의 거점병원 중에 26병상의 부산대병원과 30병상의 부산의료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거점병원이 격리 병동을 구비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북대병원은 26개 병상을 갖추도록 되어 있지만 정작 5개 병상만 '분리 진료실'일 뿐 나머지는 일반 병실을 그대로 이용하기로 했다.
거점병원 지정이 지역마다 들쭉날쭉해 환자의 불편도 예상된다.
대구는 6곳의 거점병원이 지정됐지만, 북구와 달서구, 달성군에는 거점병원이 없다.
또 경북의 대부분 시지역은 2∼4곳이 지정됐지만, 인구가 40만명에 달하는 구미는 1곳밖에 지정되지 않았다.
구미지역은 7월에 신종플루 감염자가 다수 발견돼 한 중학교가 조기 방학에 들어간 적이 있어 추가발병이 우려되는 곳이다.
신종플루 처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분명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경기지역 B병원 관계자는 "보건소에 문의하니까 '고위험군에 대해 의사의 판단하에 투약하라'고 했다"며 "정밀검사에 3∼4일 걸리는 신종플루가 일반독감과 증상의 차이가 없어 바로 신종플루로 판단해 처방하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거점약국 이용기피 우려..일반환자와 구분 시스템 필요
부산의 36개 거점약국이 신종플루 전염을 우려해 다른 환자들이 이용을 기피할까봐 명단 공개를 반대하는 등 거점약국들의 불만의 소리가 높다.
경기지역 C약국 약사는 "신종플루 환자가 올 경우 나부터라도 전염이 염려되지만 '의료봉사'가 우선돼야한다는 생각에 거점약국을 수락했다"며 "거점약국 지정 첫날인 어제에만 단순감기환자로 보이는 10여명이 찾거나 전화문의가 폭주했다"고 말했다.
이 약사는 "환자와 1∼2m 간격을 두고 마스크를 쓴 채 약을 주라고 하고, 주차장에서 약을 건네라고 하는 등 보건당국의 지시는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는 대다수 구에 10여곳의 거점약국이 지정됐지만, 남구와 달서구는 3∼4곳이 지정돼 이용 편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의정부의 한 약국은 "큰 병원과 가까운 약국을 지정했고 보건인력으로서 불만은 없으나 환자들을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해 아쉽다. 일반 환자들이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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