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前대통령서거) 남북관계 진전 전환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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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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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진정성 갖고 대화 땐 해결못할 일 없다"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조문단이 23일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함에 따라 남북관계의 전환점이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북한 정부의 고위 관계자를 접견한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오늘 오전 9시부터 30분간 청와대에서 김 비서 등 북한 조문단 일행을 접견했다"며 "북한 조문단은 남북협력의 진전에 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받고 우리 정부의 일관되고 확고한 대북원칙을 설명한 뒤 이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조문에 감사의 뜻을 전한 뒤 "남과 북이 어떤 문제든 진정성을 갖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조문단은 이에 대해 "면담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한다"며 "남과 북이 협력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비서는 남북관계의 전면적인 개선과 이를 위한 당국간 대화 재개 등에 대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 입장에서 이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어떤 협의를 하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주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거꾸로 이 대통령도 그러한 모종의 '회신'을 할 수 있기에 간접적인 정상간 대화가 이뤄지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면담에서 북한 핵과 북한에 억류중인 '800연안호' 선원의 귀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으며, 구두메시지 외에 김 위원장의 친서는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800연안호'와 금강산 관광 재개문제 등 세부 현안들은 지난 22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북측 인사들간의 회동에서 일정한 의견조율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대대적인 평화공세에 신중한 반응이다.

북한은 22일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 예방이 필요하다고 했다.그러나 정부는 당일 예방토록 하지 않고 외국 조문사절단의 예방일정이 잡혀있는 23일 짧게 청와대를 방문하게 했다. 이는 북한의 대남 공세가 남북관계의 전면적 전환이라기보다는 북미 직접 대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을 희석하려는 전략적 요소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낮 현 장관의 대통령 보고에서 만찬 내용을 본 뒤 예방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비핵화 진전의 속도에 맞춰 남북관계를 전개한다는 정부의 원칙이 확고한 만큼 북한의 전향적 입장없는 대남공세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조문단 파견을 협의하면서 정부를 배제하고 김대중 평화센터하고만 소통한 데에 대한 정부의 곱지 않은 시각도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정부가 향후 대대적인 대북 접근으로 화답하기보다는 북핵 진전 상황을 봐가며 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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