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前대통령서거) 김정일 구두메시지, 李대통령에 결단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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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2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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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남북 협력 진전에 관한 내용"···공개는 안 해
김양건 "우리는 특사로 왔다"···정상회담 타진 가능성도

북한 조문단이 23일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구두 메시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조문단'으로 왔다가 이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하는 '특사'로서의 임무를 전환수행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남북협력의 진전에 관한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라고만 밝히며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우선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6·15 및 10·4선언'의 바탕에서 전면적인 대화와 협력을 하자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정부가 강조하는 북핵 문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결과임을 강조하면서 남북은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에 따라 협력해야한다는 언급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비핵화 진전의 속도에 맞춰 남북관계를 전개한다는 등의 원칙을 설명한 뒤 김 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한 사실에 비춰보면 북한은 대남 정책의 원칙들을 거론했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또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이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메시지도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김 비서가 22일 정치권 인사들과 가진 조찬행사에서 "지도자의 결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우리는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로 왔다"며 '특사'라는 말을 3번이나 강조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누구든 만나서 모든 분야에서 톡 까놓고 솔직하게 얘기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특사교환'을 통한 정상간 의중 타진은 물론 상황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정상회담까지 할 용의가 있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정택 통일부 장관과 김 부장간 대화 내용에 언급, "고위급 회동이었던 만큼 실무적인 이야기보다는 큰 틀에서의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측은 22일 정치권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남북간 대화와 각종 교류협력사업을 본격 진행하자는 등의 '각론'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 부장은 "당국 대화도 하고 경제·사회·문화교류도 하고, 의원교류도 하자"며 전방위 남북대화 의지를 표했다.

그는 또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는 '김 위원장 결단으로 추진된 사업'임을 강조하며 "개성공단이 1단계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향후 근로자 기숙사 및 출퇴근 도로 건설 등으로 개성공단의 정상화 및 확대를 추진하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은 이와 함께 "북한에 자원이 많다. 이것이 중국을 거쳐서 나가는데, 직접 교역을 하면 상호 이익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중단된 남북간 '경공업 원자재-지하자원' 맞교환 프로젝트를 이어가자는 메시지로도 해석됐다.

한 대북 전문가는 "특사는 일반적으로 꼬인 관계를 풀기위해 남북 최고지도자의 의지를 받들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번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 면담을 통해 특사 임무를 완수함으로써 앞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연안호 석방 등 남북관계에서 가시적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필립 골드버그 국무부 조정관이 이끄는 미국 대북제재팀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골드버그 조정관은 최근 현정은 현대회장의 방북과 북한 조문단의 방남을 계기로 한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이 북핵 사태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향을 놓고 정부와 상호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여 조율결과가 주목된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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