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극복의 열쇠 '중국 신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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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8-2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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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 15~24세 인구 2억…글로벌기업 타깃 급부상

최근 중국 위협론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세계 경제를 침체에서 구하기는커녕 제2의 경기침체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경고들이다. 지금 당장은 중국 정부가 쏟아붓고 있는 4조 위안의 경기부양자금이 약발을 발휘하는 듯 하지만 투기시장으로 몰린 막대한 자금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것이라는 지적도 들린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에게 13억 인구의 중국 내수시장은 다른 어떤 시장보다 매력적이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시장 진출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특히 '한 자녀 정책' 아래 태어나 두자릿수의 경제성장을 누려온 2억 중국 신세대 소비자가 집중 공략 대상이다.

AP통신은 25일 "중국 신세대들은 호불황에 흔들리지 않는 소비층"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이 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 및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15~24세 인구는 2억명에 달한다. 일본 총 인구의 두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수출 및 외국인 투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내수진작책에 힘입어 이들의 씀씀이는 꾸준한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뒷걸음치는 동안에도 중국 경제는 지난 1분기 6.9%, 2분기 7.9% 성장하는 등 두드러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소매판매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 늘었다.

통신은 중국의 신세대 소비자들이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수십년간 지속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한 자녀 정책과 최근 소득 상승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또 집안에 하나뿐인 자녀로서 애지중지 키워진 '소황제'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더라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아 부모는 물론 조부모로부터 두둑한 용돈을 챙기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베이징대학에 다니는 22세의 왕 웨이는 현재 부모로부터 받는 용돈과 전자상가 주말 아르바이트로 받는 월급으로 일주일에 두세번씩 쇼핑을 즐기며 500 위안 가량을 소비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씀씀이도 큰 데다 "외국 브랜드 제품은 품질도 좋을 뿐 아니라 멋지다"고 말하는 왕과 같은 중국 소비자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 제품에서 인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과 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는 최근 아시아권 고객을 타깃으로 한 가벼운 농구화를 출시했다. 새 모델의 이름은 '나이키 줌 코비 4 베이징(Nike Zoom Kobe IV Beijing)'. 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활약 중인 코비 브라이언트를 내세워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나이키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중국시장에서 상당한 매출 신장을 누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5월 미국시장 매출이 2% 감소한 데 비해 중국시장 매출은 6%나 늘었다. 통신은 특히 나이키가 공식 후원한 베이징올림픽 덕분에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가 60% 급증한 데 이어 올해도 판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나이키의 맞수인 아디다스 역시 '바스킷볼 수퍼스타'라는 온라인사이트를 개설해 60만명의 회원을 끌어모았다. 또 스포츠 의류업체 퀵실버는 지난 4월 대규모 아울렛 매장을 신설했다.

캐세이 커티스 중국퀵실버 대표는 "중국 시장이 매우 중요하다"며 "올해 중국에 더 많은 점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신세대를 겨냥하고 있는 것은 스포츠 브랜드만이 아니다.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완구업체 마텔도 지난 3월 상하이에 중국 첫 매장을 오픈했다. 중국 내 바비인형 판매를 총괄하는 리차드 딕슨은 "10대뿐 아니라 20대도 바비인형에 열광한다"며 "중국은 향후 7~8년 내로 세계 바비인형 판매시장 가운데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전 세계 바비 인형 판매는 15% 급감했지만 중국에서는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딕슨은 덧붙였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미국시장 손실분을 만회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제프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10대 소비자들의 의류 소비는 전년 대비 14% 급감했다.

통신은 그러나 외국 브랜드라는 이유로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2003년 중국시장에 진출한 멕시코 음식 패스트푸드업체인 타코벨은 3개 매장을 열었지만 지난해 모든 매장을 폐쇄하고 철수했다.

아울러 통신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신세대를 공략하려면 이들의 경제권을 좌우하는 부모들의 성향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조사업체 라벨네트워크의 캐틀린 가스페리니 부사장은 "중국은 영미권 시장과는 매우 다르다"며 "스케이트보드나 서핑이 인기를 끌면 관련 상품이 상당한 매출을 기록하는 미국시장과 달리 중국의 부모들은 이러한 스포츠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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