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신용카드 납부, 왜 자리 못 잡나?

대학가가 2학기 등록 시즌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가 카드사와 대학당국의 외면을 받고 있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등록금 카드 납부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시너지 창출도 어려워 등록금 카드 납부 영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학기에 신용카드 납부를 실시하는 대학은 300여개 4년제 대학, 전문대학 가운데 65개 대학에 불과하다.

등록금 카드 납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수수료율이다. 카드 납부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은 1.5%의 수수료를 자체 부담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이 수수료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내 한 대학의 관계자는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1학기부터 신용카드 납부를 실시했지만 그 후엔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카드사를 배불린다는 비판 때문에 곤욕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카드업계에서는 1.5%의 수수료도 ‘남는 게 없는 장사’라고 항변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5%는 카드사가 제공할 수 있는 최저 수수료로, 적정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보다 낮다”며 “공공적 입장에서 등록금 카드 납부가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적정한 수익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등록금을 카드로 냈다고 해서 연체나 부실 위험이 없는 게 아니다”며 “이런 리스크 비용을 감안하면 1.5%는 절대 높지 않은 수준이다”고 말했다.

또한 카드사가 수신 기능이 없어 대학측과 협상할 부분이 많지 않다는 것도 카드사의 등록금 납부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요인이다. 은행은 대학과 제휴를 맺으면서 정기예금을 일정 기간 예치해두는 방식 등으로 수수료를 조정하는 방식이 가능하지만 카드는 이런 협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대학과 제휴를 맺어 학생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도 있지만, 카드사는 대학생들의 카드 발급이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등록금 카드 납부의 수수료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신용공여방식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역시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신용공여방식은 대학이 카드사에게 대금을 바로 받지 않고 20일 정도 후에 받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납부하지 않는 방법이다. 카드사는 그 기간 동안의 이자수익으로 카드수수료를 대체할 수 있고 대학측은 수수료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 또한 대학측에 입장에서는 그 기간동안의 이자수익을 잃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신용카드 납부를 실시하고 있는 한 대학의 관계자는 “신용공여방식도 20여일 간의 이자 수입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 손해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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