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슬람 채권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외화로 표시된 이슬람채권의 수익도 일반 외화표시채권과 같이 이자소득으로 보아 법인세를 면제키로 했다.
현행 외국법인이 지급받는 외화표시채권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과세하지 않으나, 이슬람채권은 발행구조가 일반 채권과 달라 이자소득 비과세 적용여부가 불명확했다.
윤영선 세제실장은 "이슬람채권인 수쿠크(sukuk)는 이자를 허용하지 않고 회사가 파산하거나 돈을 갚지 못했을 경우 채권을 먼저 변제하지 않는 등 국내법과 다른 부분들이 많다"며 "지금도 우리나라에 투자하려고 하는 이슬람 자금이 많은데도 제도가 안 돼 있어 투자를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으로 이슬람채권 발행을 위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실물거래와 관련된 법인세, 부가세 등 관련 세금이 면제된다.
재정부는 내국법인의 이슬람채권 발행 활성화로 이슬람자금의 국내 투자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수쿠크란
수쿠크(Sukuk)는 이슬람 채권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실물자산의 소유권을 대표하는 무다라바, 무라바하 등의 이슬람 금융계약을 기초로 유통 가능한 채권의 형태로 발행되는 구조화 금융상품이다.
이슬람 금융 기관들의 회계기준 협의체인 AAOIFI는 발행이 가능한 수쿠크의 종류를 기초자산의 종류에 따라 14가지로 구분한다.
'무라바하 수쿠크' '이자라 수쿠크' '무샤라카 수쿠크'가 전체 발행액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 회계, 조세 등 관련제도 미비로 아직 채권 발행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내 몇몇 기업들이 이슬람채권 발행을 검토했으나 세금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포기해야 했다.
이슬람에서는 이자수익을 노리는 대부업과 투기적 계약을 율법으로 철저히 금하고 있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자금 사용 출처를 따지지 않는 영미식 금융거래와는 다르다. 이같은 율법에 따라 이슬람채권은 이자 대신 투자금의 일부를 배당이나 리스료 등으로 돌려받는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이 현행 세법체계에서 이슬람채권을 발행할 경우 세금 절감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현행 세법상 이자는 비용으로 인정받아 채권 발행기업이 세금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이슬람채권은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관련 세법을 고쳐 세제상 불이익을 제거함으로써 이슬람권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여건을 만들었다.
◆이슬람 금융자산 3조달러 육박
2000년대 들어 이슬람 금융은 자산 규모가 연평균 15%씩 커졌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장기적으로 이슬람 금융은 41조900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Sukuk) 발행 규모는 2001년 5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07년에는 600억달러를 상회했다. 6년새 120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총 이슬람자산의 20% 가까운 양이다.
이슬람 금융시장은 지난해에는 금융위기와 율법적용기준 강화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전문가들은 이슬람 자금 유치를 위한 국가들의 관심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쿠크 발행규모는 매년 50%씩 증가해 국제통화기금(IMF)는 2012년까지 1500억달러어치가 발행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장 큰 원동력은 ‘기름값’. 수년간 국제 유가가 앙등하면서 막대한 규모의 오일머니가 이슬람 지역으로 유입된 덕이다. 걸프 지역에 유입된 오일머니는 2001년 1498억달러에서 2007년 4734억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매년 28.6%씩 증가한 셈이다. 인구도 시장 크기와 비례하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이슬람 지역에는 현재 13억 명의 신자가 있다. 20년 후에는 30억 명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슬람 자금은 ‘샤리아(Sharia)’ 율법에 따라 금융거래와 실물거래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고 장기투자 원칙을 고수하는데다 도박, 담배, 포르노, 무기 등 비도덕적 산업에 투자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책임투자(SRI)적 성격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미국 달러화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달러유동성 외에 다른 대안적 유동성을 마련할 기회라는 해석이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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