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의 투자유인책인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연말로 끝내려는 것은 나라살림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재정확대로 올해 재정수지 적자가 51조원, 국가부채가 366조원에 달할 만큼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대규모 무차별 감세의 후유증을 우려한 정부가 이 제도를 올해 말에 종료키로 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법인세 인하는 강행하면서 이보다 투자 유발 효과가 큰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접는 것은 기업 투자 촉진이라는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에서다.
그간 재계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비여력 및 내수기반 확대가 관건인 만큼 핵심방안인 기업의 연구개발(R&D) 및 투자활성화를 위한 임시투자세액 공제 등 세제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정부 "재정악화로 폐지 검토 불가피"
임시투자세액공제(이하 임투세액공제)는 기업의 투자 가운데 기계장치 등 신규 설비투자에 한해 투자액의 10%를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당근이다. 연간 공제금액은 평균(최근 3년) 2조원 이상에 달하고 있다. 나라살림이 어려워지면서 각종 비과세 · 감면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임투세액공제 중단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1년 단위로 연장돼온 이 조치를 이번 연말에는 끝내야 한다는 게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입장이다.
재정부는 이 제도의 실효성도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시투자세액공제는 도입 후 20년가량 시행되다 보니 인센티브보다는 보조금 형태가 됐다"면서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올해 말 일몰과 함께 끝내고 연구개발(R&D), 환경, 에너지 등 목적별 투자세액공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연구개발(R&D) 투자에 최고 30%의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한 만큼 임투세액 공제를 예정대로 중단하더라도 기업들에게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재계 "연간 2조원 이상 세부담 증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기업투자 유인책을 없애려는 것은 '민간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이라는 정부의 논리와 정면 배치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이미 전경련과 대한상의는 임투세액 공제 제도를 연장하고, 공제 시기도 투자가 이뤄지는 과세연도와 완료되는 연도중에 납세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더구나 임투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분야는 대부분 중장기 시설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인 경우가 많아 정부가 대안으로 내세우는 R&D 세액공제와는 별개라는 것이다.
임투세액공제 제도 종료 방침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세전이익에 부과하는 법인세는 임시투자세액공제와 견줘 투자를 이끌어내는 효과가 매우 적다"며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 경기의 선순환을 유도하자는 정부의 감세 정책의 취지와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재계에서는 연간 전체 임투세액공제액이 2조원 이상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임투세액공제 폐지로 2조원 이상의 기업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정부가 임투세액 공제 폐지에 대한 입장을 확정했지만 당정 협의 등을 통해 한나라당과 조율을 거쳐야 하는데다 그 마저도 국회에 제출된 뒤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현재 의제로 올라온 임투세액 공제 폐지에 대해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후속회의를 통해 조율해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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