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부족 이유 '비과세 폐지'… 업계 "수익률 하락 불가피" 반발
정부당국이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국내 주식형펀드에 대해 0.3%의 증권거래세를 부과키로 함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공모펀드 및 연기금에 대해 증권거래세(0.3%)가 부과된다.
현재 공모펀드 및 연기금이 증권시장에서 거래하는 증권에 대해서는 올해말까지 증권거래세가 면제된다. 펀드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제도는 지난 2006년에 폐지해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과세로 전환했으나 공모펀드에 한해 지난해 말까지만 면제를 연장했다.
이후 작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에 따라 주식시장 안정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공모펀드에 대한 면세를 1년 더 추가로 연장한바 있다.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해에 비해 국내 주가가 상승하는 등 증시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공모펀드 투자가 활성화되는 등 당초 세제지원 취지를 상당부분 달성했다"고 비과세 특례조항 폐지 배경을 밝혔다.
윤 실장은 이어 "일반 투자자가 직접투자하거나, 사모펀드를 통해 주식을 양도하면 증권거래세가 과세되는 것과 형평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종합주가지수는 작년 10월 892에서 11월 1073, 올들어 지난 21일 1581로 상승했다. 주식형펀드 규모도 2006년 46조4000억원에서 지난 7월 136조9000억원으로 295% 나 급증했다.
증권거래세 비과세 특례조항이 폐지되면 내년부터는 주식형펀드에서 주식을 매도할 때마다 매도대금의 0.3%를 거래세로 내야 한다. 그만큼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일 현재 공모 펀드에 편입된 주식의 가치는 총 70조원이다. 보통 주식형펀드의 연간 회전율(주식을 팔고 산 금액을 원금으로 나눈 것)이 150~200%인 것을 감안할 때 0.3%의 세금이 부과되면 3150억~4200억원의 세금을 걷을 수 있다.
하지만 재정부 의도대로 거래세 부과가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가 반대 입장인데다, 펀드업계도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영만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거래세 부과에 대해) 보수적으로 검토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홍 국장은 "원칙적으로 보면 거래세를 내는 게 맞지만 금융위기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도 아닌 만큼 시장 상황을 봐서 결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업계는 공모펀드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면 펀드 운용비용이 늘어나 가입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늘어나고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이후 투자자들이 펀드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 상황에서 비용부담이 더욱 커질 경우 '펀드런'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모 펀드에 거래세를 매기면 세금이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세법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보수가 1.2%(평균)나 되는데 여기에 0.6%의 거래세(회전율 200% 가정)까지 부과되면 고객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증권거래세는 주권 또는 지분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주가연계펀드(ETF)수익증권에는 과세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0.1%의 낮을 세율로 부과키로 했다.
ETF 수익증권 거래의 실질은 주식거래와 동일하므로 증권거래세를 과세하되, ETF시장 위축을 고려해 일반 세율의 3분의 1 수준인 0.1%의 세율로 과세키로 했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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