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노사가 전직원 임금 반납 및 신입행원 임금 20% 삭감안에 합의함에 따라 여타 은행들의 동참 여부에 많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8일 △관리자급(부부장) 이하 직원 월급여 5% 반납 △연차 휴가 50% 의무 사용 △신입행원 급여 20% 삭감 등을 추진키로 했다.
우리은행 노조가 은행연합회와 금융산업노조 간의 산별교섭이 무산된 지 일주일 만에 사측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20일 금융권 사용자 대표인 연합회와 금융노조는 제 6차 중앙노사위원회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4일에는 산별교섭에 참여 중인 31개 기관의 대표자회의를 열어, 개별 은행 및 기관장에게 교섭권을 돌려주기로 했다.
이번 우리은행의 노사 합의 내용은 그동안 금융노조가 '수용불가'를 강력히 외쳐오던 것들이다.
금융노조측은 우리은행 노조의 합의 사항을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교섭권은 아직 금융노조가 갖고 있어 각 은행 경영진은 지부 노조와 협상한 뒤 금융노조와도 대각선 협상을 벌여야 한다"며 "우리은행 노사의 이번 합의는 법적으로 실효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연합회 측은 "자문을 구한 결과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효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법적인 문제 유무를 떠나 국내 은행들의 의사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노조 내부에서도 사측의 주장을 수용하자는 분위기가 어느정도 형성돼 있는 데다, 일부 은행들은 이미 사측의 주장을 일부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노사는 지난 4월 합의를 통해 전직원 임금 6% 반납 및 연차 4일 의무 사용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부터 연차 10일 의무 사용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산별 임단협이 시작될 당시 금융노조 내부에서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사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적잖게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리딩뱅크' 국민은행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전직원 임금 5% 반납, 연차 50% 의무 사용, 신입 행원 임금 20% 삭감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측은 반납된 임금 100%를 비정규직 임금 보완에 사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신입직원 임금 삭감은 전면 거부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정부와 MOU(양해각서)를 맺어 노조의 교섭권이 제한적이라 합의가 가능했지만, 여타 금융기관들의 협상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및 금융공기업들은 아직 노사협의회 일정 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과거 사측의 임금 3년 동결 요구를 양보해 받아들인 만큼 사측의 이번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현재 걸려 있는 사안들이 민감해 교점이 형성되지 않고 있어 올 가을쯤에나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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