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호(31. 사당동)씨는 이가 붓고 시려 지인이 운영하는 수도권의 한 치과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충치와 잇몸이 좋지 않다는 진단과 함께 치료비로 189만원을 예상했다.
그것도 "급하지 않은 잇몸치료와 미백치료 등을 제외한 데다 일정액을 할인한 아주 저렴한 가격"이라고 의사는 강조했다.
이 씨는 "유치 충치 치료는 비싸지 않았는데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묻자 의사는 "충치 치료에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되는 금을 사용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지난 5년간 전국 가구의 실질 소득 증가에 비해 보건 의료비용이 6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치과서비스 비용이 소득에 견줘 12배 이상 증가해, 보건 비용 증가를 이끌었다.
실질 소득이 4년전 수준으로 떨어진 올해 2분기에도 보건 비용은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로 증가했다.
30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국가구의 실질 소득은 292만8000원으로 5년전인 2004년 2분기 281만5000원에 비해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에 가계지출은 4.4% 증가해 소득 증가에 비해 0.4%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하지만 보건 항목 지출은 달랐다.
5년동안 전국 가구의 평균 보건 비용은 10만3800원에서 12만9800원으로 25% 늘었다.
소득, 소비 증가에 비해 의료 등의 보건 비용이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보건 항목 중에서도 치과서비스 비용은 1만60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49.4%나 증가했다.
소득 증가와 비교해 12.2배나 올라 "치과 치료비는 100만원 단위"라는 얘기가 단순히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치과 서비스 이 외에도 보건 항목 대부분은 가격이 크게 인상됐다.
입원서비스가 37.5%, 외래의료 서비스가 15.6% 증가해 병원 이용을 어렵게 했고, 의약품과 기타의약품도 각각 19.5%. 28.7% 증가했다.
특히 계층별로 보면, 취약 계층의 의료비 부담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소득이 가장 낮은 20% 계층(1분위)은 5년간 실질 소득이 오히려 2% 감소했음에도 보건 관련 지출은 26%나 늘어났고, 2분위 계층도 평균에 못미치는 3%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보건 의료비는 오히려 32% 증가했다.
대신 최상위 20%인 5분위는 평균 소득 증가(4%)에 보건 관련 지출(15%) 증가세가 낮았다.
한편 4년만에 가장 낮은 실질소득을 기록한 올해 2분기(4~6월)에도 보건 비용은 1년전 같은 기간에 견줘 19.6% 증가해, 통계가 작성된 2004년 1분기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입원서비스가 50.1%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그 뒤를 치과서비스(36.6%)와 외래의료서비스(16.6%)가 뒤따랐다.
임병인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계발전 심포지엄에 앞서 내놓은 자료를 통해 "최근 1년간의 물가 변화는 보건의료비 지출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고령화 등 다른 경제적 요인에 의한 가구의 보건 의료비 지출 부담 증가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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