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것이 확실시되면서 54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일본의 총선 이후 정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가 이번 선거를 '혁명적 목적을 지닌 정권교체'라고 규정한 만큼 일본 내부에는 적지 않은 변화의 소용돌이가 일어날 전망이다.
◇민주당 압승 배경과 의미=민주당의 압승은 이미 예견돼 온 것이다. 자민당의 장기 집권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불만이 포화상태에 달한 것이다.
1955년 출범한 자민당은 독주체제를 굳히며 일본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으로 상징되는 1990년대 장기불황은 일본인들 사이에 과도한 관료주의와 중앙집권식 정치시스템에 대한 의문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계층 및 지역간 양극화는 심해졌고 지난해 말 불어닥친 경기침체 여파로 민심은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특히 올해 선거에서는 건설협회, 의사협회와 같은 각종 이권단체들도 자민당에 등을 돌리는 등 자민당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반면 민주당은 새로운 선거전략으로 무장하고 총선 판도를 조기에 정착시켰다. 당 지도부들의 지원유세보다는 유권자와 후보간의 대면접촉을 강화한 것이다.
또 자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감안, '새로운 일본', '이번엔 정권교체'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도 주효했다. 자민당이 수권정당의 책임력, 경제회생을 내걸었지만 54년 자민당 체제는 결국 국민이 아닌 관료 중심의 정치였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 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이어진 것이다.
◇민주당시대 '변화'의 초점은=민주당이 일본의 수권정당이 되면서 국내정치나 외교 및 안보 분야 등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이 자민당에 비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이라는 점에서 한ㆍ일관계의 개선 여지가 커졌다는 기대감도 크다.
민주당은 우선 자민당을 몰락시킨 요인으로 지목되는 관료주의 청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하토야마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일본 정치의 중심을 관료에서 국민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의원 100명을 정부 조직 전면에 배치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제정책에선 복지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대미관계의 변화도 주목된다. 자민당이 미국에 의존적이었다면 민주당은 독립성을 강조해왔다. 민주당은 미ㆍ일 동맹을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삼으면서도 자민당보다 '대등한 외교'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미ㆍ일지위협정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1월 기한이 만료되는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급유 지원활동도 일단 연장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아시아 외교도 이전보다 훨씬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토야마는 이미 여러차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6월 방한했을 때도 "현 정권과 우리가 다른 점은 역사를 직시할 용기가 있다는 것"이라며 "아시아를 중시하는 외교를 하기 위해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토야마의 대아시아 외교는 일본 총리나 각료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반대, 야스쿠니를 대체할 국립추도시설 건설, 아시아 공통 통화 창설 등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기본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넘어야 할 산도 높다. 일단 자민당의 실력행사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고 민주당 내부 갈등도 첨예화할 수 있다.
자민당은 여당으로서 쌓은 국정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각종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또 민주당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오자와 이치로 대표 대행과 하토야마 대표간의 갈등이 표면화할 경우 민주당 정권의 좌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토야마의 정치자금 허위 기재 문제도 새 정권 출범과 함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 짙다. 이외에 민주당과 사민당, 국민신당 등 다른 정당과의 연립 또는 공조 문제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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