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8·30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단독 과반수를 확보하면서 자민당을 대파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54년간의 자민당 장기 지배 체제가 막을 내리고 역사적인 여야 간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NHK의 개표 방송에 따르면 31일 오전 3시 현재 민주당이 총 480개 의석 가운데 단독 과반수(241석)를 크게 웃도는 307~308석을 확보하면서 압승했다. 반면 여당인 자민당은 119석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어 공명당 21석, 공산당 9석, 사민당 7석, 국민신당 3석, 무소속·기타 13석 등의 순이었다. 1석은 당선자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확보한 의석은 여당이 중의원 상임위원장을 독점하고 전 상임위원회에서 여당 위원이 야당 위원보다 많은 절대안정다수 의석(269석)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또 지난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정권에서 자민당이 얻은 최고 의석 기록(300석)도 상회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함에 따라 일본 정치사는 1955년 창당한 자민당에 의한 장기 집권이 일단 마무리되고 야당에 정권 운영이 넘어가는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는 이날 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뜻이 마침내 결실을 보아 정권교체를 이루게 됐다"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반면, 자민당 총재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자민당에 대한 불만을 씻어내지 못했다"면서 사실상 패배를 선언하고 총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토야마 대표는 정권교체가 확정된 만큼 31일 중으로 '정권이행팀'을 구성하고 자민당으로부터의 정권 인수 작업에 공식 돌입할 방침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오는 15일께 열리는 특별국회에서 차기 총리로 선출된다.
하토야마 대표는 또 예산 낭비 등 자민당 정권의 각종 문제점을 청산하고 민주당 정책을 구현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는 행정쇄신위원회도 곧바로 출범시키는 등 '새로운 일본' 창출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
특히 하토야마 대표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등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서 차기 정권에서의 한일관계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긴밀하고 대등한 외교'를 천명하고 있어 미·일 관계의 향방이 주목된다.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을 완파하고 정권교체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자민당 장기 지배로 인해 빈부격차나 도시와 농촌 등 지역 간의 격차가 심해지고 경제상황이 극도로 악화하면서 민심이 이탈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개혁 정책이 오히려 비정규직 양산 등 구조적인 문제를 증폭시킨데다 후임자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잇따른 중도 사퇴, 그리고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의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도 이번 총선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새로 출범하는 하토야마 정권은 선거 과정에서 제시했던 예산의 전면적인 재편성을 통한 복지분야 지원 확대 등의 정책을 착실하게 추진하면서 내년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 중의원과 참의원 과반수 확보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기초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반면, 지난 1993년 과반수 획득 실패로 10개월간 야당 경험을 했던 자민당은 앞으로 제1야당으로서 총재직 사퇴의사를 밝힌 아소 총리의 후임 선출 등 지도부 개편을 통해 당력을 재정비하고 민주당을 견제하면서 재기를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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