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선행 및 동행 지수, 기업경기, 소비심리 등 각종 경제 지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국내 실물경제가 뒷걸음질을 멈추고 본격적인 뜀박질에 돌입할 태세를 갖춘 것이다.
하지만 자금 중개기능을 수행해야 할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신용경색 및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지원을 꺼리며 엇박자를 그리고 있다.
◆ 실물경기 회복세, 리만 사태 이전 회복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가 아시아 경제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칼럼리스트 윌리엄 페섹, 7월 27일자 칼럼.
우리 경제가 전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경제지표는 이미 지난해 9월 리만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소비심리까지 살아나고 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경기동행종합지수는 116.8로 전월 대비 2.0% 올랐다. 2%대 상승률은 지난 1978년 1월(2.1%) 이후 31년 5개월 만이다.
제조업가동률지수는 97.4로 지난 1월(72) 대비 25.4포인트 상승했고, 산업생산도 전월대비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선행종합지수는 전월 대비 2.8% 오른 120.8을 나타냈다. 이는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1월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이다.
소비선행지수 역시 0.2% 상승하며 지난 4월 상승전환 이후 성장세를 잇고 있다.
8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6을 기록, 지난해 4월 수준을 회복하는 등 산업현장에서는 느끼는 체감 경기도 봄 기운을 되찾고 있다.
이 같은 실물경기 회복에 신규법인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새로 생긴 법인은 5501개로 월별 신설법인 수로는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반면 부도업체수는 6월 125개, 7월 129개로 통계편제(1990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을 맴돌고 있다.
◆ 금융기관 지원사격은 여전히 '냉랭'
하지만 금융기관들의 자금 지원은 여전히 인색하기만 하다. 금융위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여전히 기업의 부실위험이 높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자금 지원에 난색을 보이며 지난 6월 광의통화(M2, 평잔) 증가율은 9.6%로 13개월 연속 성장세가 둔화했다. 6월 들어 기업에 대한 원화대출금이 7000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협의통화(M1, 평잔)는 362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5% 늘며 높은 증가세를 이었다. 이는 시중 자금이 단기부동화해 은행에만 머물고 있음을 나타낸다.
지난 6월 말 산업대출금은 546조8861억원으로 지난해 말(528조5269억원) 대비 18조3492억원(3.5%)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순증액 53조3638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국내 경제의 뼈대인 제조업은 8조1985억원(4.4%)로 전반기(18조7483억원) 대비 10조원 이상 축소됐다.
이처럼 금융기관의 자금 중개기능 약화로 실물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달 국내 대기업의 자금사정 BSI는 97으로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중소기업은 86으로 지난달과 같았다.
또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가장 큰 경영애로사항으로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자금부족과 같은 자금 관련 항목이 17.7%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이 경기 회복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경우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은행들이 자금을 푸는 속도는 정부 정책을 따라가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기업에 원활한 자금 지원을 통해 경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경기 회복의 열쇠"라고 말했다.
이에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부실채권 비율을 1%까지 낮추라고 지시해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대출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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