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일본의 8·30총선결과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지난 54년간 자민당 정권하에서 고착화돼온 대미 일변도의 외교정책 기조는 바뀔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정권은 '아시아 중시'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미국 주도의 세계화 흐름에서 벗어나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역내 협력체제인 '동아시아 공동체'를 구축한다는 전제 아래 미·일동맹을 '대등한 관계'로 재정립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한·일관계는 이런 기조 속에서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규정돼 있다.
새 총리로 유력시되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는 "동아시아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한·일)양국간 신뢰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하토야마 대표는 양국 간 최대 갈등 요인이었던 총리와 각료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민주당은 신사를 대신할 새로운 추도시설 설치를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또 위안부를 포함한 전쟁피해자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도서관 내에 항구평화조사국을 만들고 원폭 피폭자들에 대한 새로운 구제인정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일동포가 다수인 일본내 영주 외국인에 대한 지방 참정권 문제도 조기 실현을 공약하고 있다.
대북정책에서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 대북 강경론이 중심이 된 자민당과 달리, 민주당은 대북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북한의 태도에 따라서 북·일관계는 다소 유연해질 전망이다.
북한도 선거 직후 관망기를 거쳐 적극적으로 일본과 외교적 교섭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청구권 자금 등 경제적 지원을 위해 일본과 관계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일본과 국교정상화 논의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한 대북소식통은 "현재 북·일간에 대화가 없지만 북한과 일본의 외무성 간에는 채널이 유지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라며 "일본에서 보다 유연한 민주당 정권의 출범은 북한이 일본과 교섭을 재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반도 정책변화 낙관론에도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일본 내부의 복잡한 정치상황이 변수다. 민주당으로서는 당장 자민당의 경제실정에 대한 민심을 수습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외교문제에 있어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당장 내치(內治)에서 성과를 내는 게 급선무여서 현실적으로 외교에 눈돌릴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또 이념적 스펙트럼이 상이한 정파들이 모인 정당인 탓에 대외정책에 대한 내부합의가 어렵고 정권 초기에는 당내 계파간 노선투쟁이 격화될 개연성이 크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가 예정된 점도 민주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극우파들이 이 문제를 쟁점화할 경우 국내 정치와 한·일 관계, 중·일 관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정치적 역풍의 가능성이 큰 과거사 문제를 '우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다.
독도 문제도 여전히 양국관계의 '뇌관'이다. 민주당은 공약집에서 "영토주권을 갖는 독도"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양국간 외교마찰 소지가 있다. 한 소식통은 "독도 문제에 관한한 여야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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