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 받으려면 개인정보 제공하라?

정부의 출산ㆍ육아 관련 지원금이 신용카드를 통해 지급되면서 개인정보 유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일 카드업계 및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임신ㆍ출산 진료비 지원비를 KB카드의 고운맘카드로,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비를 신한카드의 i-사랑카드로 지급하고 있다.

국민이 진료비나 보육비를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가 가맹 의료기관 또는 보육시설에 대금을 주고, 정부가 카드사에 결제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카드사는 정부 지원금 외에도 다양한 부가 혜택을 더 얹어 새로운 상품으로 이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카드를 만든 고객의 신용정보를 이용하는 것을 두고 일부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공공 지원금 카드는 정부가 국민에게 지원금을 제공하는 창구일 뿐인데 카드사가 공공사업을 통해 얻은 고객들의 신용정보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KB 고운맘카드의 경우 개인신용정보 제공 및 활용 동의서에 '국민은행의 상품ㆍ서비스 소개 및 판매', '고객에 대한 사은행사 및 판촉행사', 'KB생명 및 대리점 등에 보험 상품 판매' 등의 목적으로 개인의 성명, 주소뿐만 아니라 카드 거래 정보, 소득, 재산, 직장정보까지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개인신용정보 제공 및 활용 동의서에 자필 서명을 하지 않으면 카드 발급이 되지 않는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네티즌 '리쌍부르쓰'는 "i-사랑카드를 만들려고 했는데 개인신용정보 제공 동의서 내용을 보니 일부 보험사들에게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카드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보육료를 받는 것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주부 이한나(마포구 도화동, 28세)씨는 "일반 신용카드는 신용카드 혜택을 위해 가입하기 때문에 신용정보 제공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고운맘 카드의 임신ㆍ출산 진료비 지원은 국가의 공공사업"이라며 "카드사에서 공공사업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영업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카드업계는 정부지원금 카드가 수익성보다 고객 확대라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다"며 "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서 이들 카드는 연회비를 카드사가 부담할 정도로 수익성이 낮은데, 고객 확보 전략도 제대로 펼 수 없다면 이런 정부 제휴 사업에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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