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1년 上) 금융시장은 '훈풍', 실물·고용은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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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0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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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거대 투자은행(IB) 리만브라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낸 지 1년이 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골드만삭스·AIG·씨티은행·모건스탠리 등 초대형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미국 정부에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에 비해 국내 금융시장은 어느 나라보다도 침체에서 빠르게 벗어나며 가장 모범적인 위기 극복 모델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실물경제는 고용불안, 수출감소 등으로 아직도 회복세가 더디기만 하다.

2일 코스피 지수는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1407.14)에 비해 206.02포인트나 높은 1613.16으로 마감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반토막 났던 증시가 경기회복 기대감에 지난해 7월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특히 외화 유동성 및 외화 조달 여건은 눈부시게 개선됐다.

8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454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7월 2475억2267만 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지난 2~3월 1600원 선을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245.80원으로 하락해 지난해 9월 2일(1108.10원)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리보(Libor) + 600bp 정도였던 외화채권 가산금리도 지난 달에는 300bp 이하로 떨어졌다.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우리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향후 자금 조달 여건도 밝은 편이다.

하지만 각종 실물경제 지표가 아직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기에 후행하는 고용시장의 경직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올 2분기 우리 경제는 2.3%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는 지난해 말 10조원, 올 4월 28조원을 쏟아부은 정부의 재정정책에 기댄 바가 크다. 우리 경제의 중추인 수출도 10개월 연속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결국 금융기관의 '실탄' 지원과 국내외 소비시장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하반기 경제가 자생적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경기의 자생력을 나타내는 설비투자는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18.2%나 감소하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얼어붙은 고용지표는 좀처럼 살아날 줄 모르고 있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8월 76만4000명에 불과하던 실업자 수는, 올 7월 92만8000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규 취업자 수는 지난 3월 -19만5000명, 4월 -18만8000명, 5월 -21만9000명 등으로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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