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9: 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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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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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의 ‘9’은 땅의 중심이다. 고대 인도의 ‘9’은 달력의 주기 상 새로운 시작이다. 동양의 ‘9’은 신으로부터 권위를 부여 받은 자를 뜻한다. 그리고 이 세상이 끝나는 날 ‘9’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된다.

시놉시스(Synopsis): 과학문명의 폭주, 인간의 욕망이 극한으로 치닫고 인류는 결국 종말을 맞이한다. 남은 것은 황량한 폐허로 변해버린 지구. 인류의 마지막을 예견한 한 과학자에 의해 9개의 생명체가 탄생된다. 홀로 남은 줄 알았던 9은 괴물 기계군단을 피해 살아남은 생존자 무리를 발견한다. 오만한 리더 1, 4차원 발명가 2, 쌍둥이 학자 3과 4, 열혈 기술자 5, 별난 예술가 6, 풍운의 여 전사 7, 행동대장 8.

타고난 운명을 따라 9은 이들과 함께 원정대를 조직 기계군단에 대항하려 한다. 하지만 성격도 가치관도 전부 다른 대원들은 좀처럼 합심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들이 대항해야 할 적은 너무 강력하다. 도무지 이길 승산이 보이지 않는 전쟁, 원정대를 엄습해오는 두려움. 이들에게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맞서 싸우거나, 아니면 영영 숨어살거나….

전 세계의 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2009 최고의 프로젝트 '9'. 얼마 전 세계의 블로거를 흥분시켰던 한 애니메이션 예고편은 뜨거운 이슈였다. 2분 남짓한 영상에 미국, 유럽에 이어 한국에서도 큰 파란을 일으켰다. 단숨에 하반기 기대작 1위를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다.

온라인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 반응은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가 있는 시리즈 블록버스터 에서나 볼 수 있는 경우"라며 "예고편에 대한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놀랐다"고 말했다.

오는 9일 개봉하는 ‘9’의 영상 미학은 이제까지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통념을 깬 기대작이다. 더구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지구 종말의 날, 묵시록적인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거대한 스케일과 맞물려 관객들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영상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크래딧에서 할리우드의 큰손 팀버튼과 스타일리시한 영상혁명을 일으킨 '원티드(Wanted, 2008)' 의 티무르 베트맘베토브감독, 두 거장의 이름을 발견한 순간부터 전 세계는 이미 ‘9’의 개봉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9’은 신예감독 쉐인 액커가 2006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던 동명의 작품에 큰 감명을 받은 팀버튼과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장편영화 제작을 결정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9’이 궁금해지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워낙 독특하고 기발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팀버튼이 11분짜리 단편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고 고백할 정도의 스토리와 영상에 있다.

팀버튼은 "단 11분에 불과 하지만 치밀한 구상은 내가 봤던 단편영화 중 최고"라며 "단 한 순간도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영상은 비주얼 뿐 아니라 감성적인 면에서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공동 제작에 참여한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 역시 "순수한 관객의 입장에서 이야기의 결말을 보고 싶었다"며 독특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 자체를 높이 평가했다.

   
 
 
제 아무리 완벽한 비주얼과 실감나는 영상이라 해도 결국 관객들이 실제의 캐릭터로 인지, 성격과 행동을 이해하게끔 만드는 것은 목소리가 가진 힘에 있다.

애니메이션의 성공 요인으로 더빙 캐스팅을 첫 손으로 꼽는 이유는 애니메이터들이 만들어 놓은 생명체에 가장 마지막으로 혼을 불어넣는 역할이 바로 목소리 연기이기 때문이다.

‘9’ 제작진의 고민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1부터 9까지 번호가 매겨진 생명체. 흡사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성격도, 행동도, 가치관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른 이들을 실제 존재하는 캐릭터로 '혼'을 불어넣을 수 있는 목소리를 섭외해야만 했다. 관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스타보다는 캐릭터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줄 목소리를 찾아 나섰다.

원정대 중 가장 신참이면서, 끝내는 이들을 이끌고 인류를 구원할 운명을 타고난 9의 목소리는 매우 어렵고 중요했다. 고심 끝에 9은 '반지의 제왕' 3부작의 '프로도'역을 통해 유명해진 일라이저 우드가 맡게 됐다.

연약해 보이는 외모와 다소 어수룩한 모습. 그럼에도 끝내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원정대를 이끌며 무시무시한 기계군단과의 전쟁을 펼치게 되는 '9'은 사실 일라이저 우드가 목소리를 맡는다고 했을 때 더욱 그 캐릭터가 분명해졌다.

자립심이 강한 유일한 여성 캐릭터, 용감한 여 전사 7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2002년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석권한 제니퍼 코넬리가 맡았다.

제니퍼 코넬리는 "아이들이 단편작품인 9을 반복해서 보며 지금까지 본 애니메이션 중 최고라고 소리쳤다"며 "생애 첫 애니메이션 더빙 연기에 두 번 고민할 것 없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독특한 아우라를 지닌 1부터 9까지, 제각기 다른 성향의 캐릭터와 아름다운 비주얼 세계, 흥미롭고 환상적인 스토리는 기존의 애니메이션이 보여주지 못했던 전혀 다른 차원의 애니메이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할 것이다.



아주경제= 인동민 기자 idm8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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