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산 조기 집행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내년 상반기까지 끌고 가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재정수지 균형시점을 당초보다 2년 가량 늦추는 방식으로 재정적자 부담을 낮추고, 향후 5년간의 성장률 목표치도 현실에 맞게 낮췄다.
하지만 경기 회복의 불씨를 이어가려는 이 같은 노력이 자칫하면 경기 과열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도 있어 '출구전략' 시기에 대한 논란은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 "예산 조기 집행으로 경기 부양"
기획재정부는 3일 제28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최근 경제상황 점검 및 재정부문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내년도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 사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하반기 지출감소에 따른 공백을 줄이고 불확실성이 큰 내년 상반기 경기 보완을 위해 내년 예산도 조기집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내년도 예산을 올해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준비를 미리 해뒀다고 내년도 상반기에 빠르게 집행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올해처럼 상반기 집행률을 높게 가지고 갈지 그 보다는 다소 낮게 가져갈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기 집행 재정 규모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상반기 재정 집행을 늘리겠다는 원칙은 세웠다는 뜻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4분기 예산 가운데 10조~12조원 가량을 3분기에 미리 집행하고 줄어드는 4분기 예산은 연말 불용액과 공기업 투자로 보안키로 했다.
이에 따라 당초 43조6000억원 수준인 3분기 예산은 53조~54조 수준으로 늘어난다.
예산 불용액은 지난 2007년 8조원, 지난해 11조4000억원 정도라 3분기에 앞당겨 쓴 예산을 보완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여기에 공기업의 내년도 투자 계획 가운데 올해 투자가 가능한 1조7000억원 가량도 하반기에 집행된다.
◆ 재정균형 시점은 미루고, 목표 성장률은 낮추고
정부의 이 같은 확장적 거시경제 기조는 향후 5년간의 재정운용 계획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에 제출된 '2009년~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초안을 보면,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재정수지 균형시점을 2012년에서 2013~2014년으로 2년 가량 늦췄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의 마지노선을 40%로 정하고, 2013년까지 30%대 중반으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에 발표된 국가재정운용계획(2012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 30.9%)과 비교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목표치는 4~5% 가량 높아지고 목표 시점은 1여년가량 연장된 것이다.
정부는 또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 사항인 7% 경제성장을 4~5%로 낮췄다.
정부가 공식문건에서 7% 성장률 목표치를 명시적으로 폐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권오봉 재정부 재정정책국장은 "7% 성장이라는 '7·4·7'정책 비전은 여전히 유효하고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지속할 것"이라며 "다만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기재정계획상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 커지는 출구전략 논의
정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함에 따라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종합주가지수와 부동산 경기는 과열이 아니냐는 논란이 쌓여 있다.
이달 말에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는 국제 공조를 통한 출구전략 마련 방안이 논의되기도 한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 등급 전망을 'A+ 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경기회복은 빠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출구전략 시점은 다른 나라보다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미 상반기 경기 전망에서 "연내에 정상화 과정이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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