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녹색금융 상품이 '녹색산업'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외환ㆍ기업ㆍ농협중앙회 등 국내 은행들이 내놓은 녹색대출 상품 실적은 9000억원 안팎에 그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대출금 총계가 947조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섬유제품에는 6조4817억원(말잔), 가죽ㆍ가방ㆍ신발 업체에는 1조5202억원을 대출해 줬다.
반면 녹색 기업 대출은 6월 이후부터 빠르게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KB 그린 그로스론(Green Growth Loan)'의 8월 말 잔액은 2156억원으로 전월 대비 68억원 증가하는데 그쳐 지난 7월(142억원)에 이어 낮은 성장세를 그렸다. 이 상품은 지난 4월 454억원, 5월 191억원, 6월 456억원 등 6월까지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기업은행의 '녹색성장기업대출' 증가세 역시 주춤한 모습이다. 이 상품의 월별 판매 실적은 지난 4월 1794억원을 고점으로 5월 1604억원, 6월 1618억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7월과 8월에는 각각 1352억원, 1269억원으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다.
지난 4월 출시된 외환은행의 '녹색기업파트너론'(121억원), 우리은행의 '우리 LED론'(485억원)과 '우리그린솔'(322억원) 등은 아직 낮은 대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신한은행의 '신한솔라파워론'(408억원)과 하나은행의 '-3℃ 대출'(300억원) 역시 미미한 수준이기는 마찬가지다.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아예 녹색기업 대출 상품이 업다.
이처럼 은행들은 녹색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있는 반면 산업현장이 자본수요는 여전히 높다.
경상남도 구미의 신재생에너지 관련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은행들이 대출을 확대하기는 커녕 기대출금까지 회수하려 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사업 확장은 커녕 유지도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인들 중 '자금부족'을 가장 큰 경영애로사항으로 꼽는 사람들이 7.6%나 됐다.
또 은행들의 녹색금융 의지가 꺾인듯 수신 상품 판매량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7월 선보인 '희망에너지적금'은 1월 3478억원(말잔)에서 2월 4184억, 3월 5191억원, 4월 5934억원 등으로 매월 1000억원 가량의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7월에는 458억원, 8월 198억원으로 증가세가 급격히 꺾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저탄소 녹색통장 역시 지난해 9월 3651억원에서, 12월 1조1505억원, 올 3월 1조6018억원으로 성장세가 가파랐다. 하지만 6월 1조5052억원, 8월 1조5289억원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녹색산업은 아직 경제성과 위험성을 보장받지 못해 은행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기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보증 확대 및 세제혜택, 은행들의 녹색기업 대출 심사와 상품개발 등을 위한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녹색산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큰 데 비해 리스크와 수익성을 아직 보장할 수 없는 산업"이라며 "때문에 금융기관의 자금지원이 어려운 분야인 만큼 녹색산업이 상업화 하기 전까지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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