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패권싸움 '동아시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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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0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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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대부터 논의로만 그쳐 하토야마 '우애' 진정성 의문

   
 
   
 
 
일본의 근대화는 아시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각성에서 시작됐다. 이른바 '탈아론'이다. 그랬던 일본이 아시아로 다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일본 민주당 정권은 미국으로부터 벗어나 아시아 중심 외교를 펼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묘한 신경전 속에 상대방을 견제해온 한·중·일 3국이 협력의 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이 내건 '동아시아공동체' 건설 공약도 지지부진하던 논의에 탄력을 더해 줄 전망이다.

◇현실론 직면…"日, 과거 회귀할 것"
그러나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는 벌써부터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정치권은 물론 미국의 시선도 곱지 않다. 하토야마가 미국 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 미국과 대등한 외교를 펼치겠다고 한 것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그는 지난 3일 이뤄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반미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아예 하토야마가 허수아비 총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54년간 일본을 이끌어 온 자민당 세력이 워낙 견고한 데다 하토야마의 당내 주도권도 달린다는 것이다. 때문에 하토야마가 현실론과 정치권의 저항에 못 이겨 결국 과거로 회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무성하다.

일본 경제도 문제다. 일본의 정권 교체는 상당 부분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부터 줄곧 침체를 겪고 있는 경제에서 비롯됐다. 실업률이 치솟고 물가가 추락하는 것은 디플레이션의 전형이다. 하지만 민주당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일본인들의 경기회복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동아시아공동체 공약은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엇갈린 이해관계…"中-日 패권다툼 심화할 것"
동아시아공동체 논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전개됐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가 마찰을 빚으면서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하토야마는 공동체 구상의 바탕 이념으로 '우애'를 내세웠지만 진정성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각국의 이해관계는 더 복잡해졌다. 한·중·일 3국 중 가장 난처한 상황에 처한 건 다름아닌 일본이다. 그 때문인지 하토야마의 구상에는 딱히 새로운 내용도 없다.

정치적으로도 그렇다. 협력은 고사하고 일본과 중국의 지역 주도권 다툼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필립 보우링은 일본이 미국과 함께 'G2'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려 하겠지만 중국은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게 동아시아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뜰 수 없다"며 "일본의 해가 뜨면 중국의 해는 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공동 통화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방안은 이미 2006년부터 한·중·일 3국이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3국간 이견으로 흐지부지됐다. 지금은 상황이 더 안 좋다. 특히 중국은 은근히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기축통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동아시아 각국이 국부를 굳이 변방에 있는 섬나라에 묶어둘 이유가 있겠느냐며 하토야마의 일본을 '판타지 아일랜드(Fantasy Island)'라고 비꽜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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