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신임 국무총리로 내정하면서 정치권에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정 내정자는 충청권 출신인 데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 민주당의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됐던 개인적 경력도 있어 정치적 상징성이 남다르다.
특히 여야 모두 '화해와 통합이 새로운 시대정신'이라는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비켜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정치권은 이 대통령의 민생행보 속도와 인적쇄신 색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내정자가 갖는 정치적 의미는 예상보다 훨씬 크다. 화합·통합과 개혁이라는 표면적 의미를 넘어 충청권을 비롯한 정치권의 지형 및 여권의 차기 대선구도 등과 깊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입장에선 국회의원 의석 분포상으로 볼 때 '불모지'나 다름없는 충청권 공략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충청권은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전략적 요충지다. 자유선진당 출현 이후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다.
여권은 차기 대선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연대를 적극 모색해 왔다. 이에 따라 한때 유력하게 검토했던 '심대평 카드'가 무산되자 '정운찬 카드'를 사실상 낙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내 관심은 정 내정자가 내부의 역학구도, 특히 차기 대선구도에 미칠 영향이다.
총리직 수행 결과에 따라 정 내정자가 향후 대선판을 흔들 요인으로 급부상하거나 더 나아가 본인이 직접 차기 주자군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표의 일방적 독주체제인 차기 대선구도에 일정부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친이(친이명박) 주류 내부에서 박 전 대표 대항마를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종종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은 힘을 얻고 있다.
정 총리 카드는 여야 관계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정 총리 내정자가 과거 자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사실상 '민주당 사람'으로 분류돼 왔다는 점에서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특히 여권이 정 총리 영입에 힘입어 향후 야당 지지층을 일부라도 흡수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어 여야 관계 악화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 총리 발탁을 계기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물론 정치지형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여권 내부의 사정이 복잡하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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