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산업에디터 겸 IT·미디어 부장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IT 코리아 미래전략 보고회’를 주재하고 5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된 IT융합ㆍ소프트웨어ㆍ주력ITㆍ방송통신ㆍ인터넷에 대한 미래비전과 실천전략을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들어 IT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3년까지 정부가 14조1000억원, 민간이 175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구체적으로 디스플레이에 57조4000억원, 반도체 41조7000억원, 통신서비스 35조6000억원, 통신ㆍ정보기기 20조3000억원, 가전 10조4000억원, 전자부품 7조원, 기타 2조8000억원 등이다.
5대 핵심 전략사업은 △IT융합산업육성 △글로벌 수준의 소프트웨어 업체육성 △반도체ㆍ 디스플레이ㆍ휴대전화 세계 1위 △와이브로 및 인터넷 TV 시장의 활성화 △초광대역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IT와 산업을 접목하는 데 있다. 자동차ㆍ조선ㆍ기계ㆍ항공ㆍ건설ㆍ국방ㆍ에너지ㆍ로봇ㆍ섬유ㆍ의류 등 10대 산업에 IT기술을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키운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 전략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IT와 산업의 조화를 잘 이룬 나라가 된다.
IT와 조선의 접목은 현대중공업에서 맨 먼저 시현된다. 현대중공업은 무선 인터넷인 와이브로를 이용해 유비쿼터스 조선소를 완공할 예정이다. IT기술과 조선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의 고급화를 앞당기는 것이다.
정부는 자동차 등 산업융합 IT센터를 현재 3곳에서 2012년 12곳으로 늘인다. 또 융합 경쟁력의 원천인 시스템 반도체 개발도 집중 육성한다. 특히 오는 2010년까지 350억원을 들여 전국 1만개 초중고교의 22만개 교실, 육해공군 5만9000여개 내무반에 인터넷TV(IPTV)를 설치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산업도 육성 된다. 2013년까지 국내 8개 IT서비스 및 패키지 소프트웨어 기업을 글로벌 100대 기업으로 육성하고 1000억원 이상 매출 기업을 27개로 늘인다. 소프트웨어 장학생 선발을 통해 차세대 소프트웨어 리더를 양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이 프로젝트로 제조·소프트웨어·서비스 등 IT산업의 각 부문 간 균형 발전이 이뤄지고 2013년에는 잠재성장률이 0.5%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정도의 효과가 있기에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IT산업 발전 계획을 직접 내놓은 것은 참으로 잘 한 일이다.
이번에 발표된 5대 전략은 그동안 떠돌던 ‘IT홀대론’을 ‘IT우대론’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할 일이 있다. 우선 정부는 보이지 않게 깔려있는 부처 간 주도권 싸움이나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부는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업을 간섭하지 말고 최대한의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
기업체는 할일이 더 많다. 중복투자나 중복 기술개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쟁보다 ‘윈윈’으로 함께 생존해야 한다. 지난 5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해 박수를 받은 일이 있다.
이달 말부터는 삼성과 LG가 대규모 LCD 패널 교차구매를 시작한다. 이런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 IT산업은 이제 우리나라를 다시 살리는 산업으로 부상하게 됐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큰 관심을 보인 것은 IT종사자들에게 고무적인 일이다. 대통령이 IT문제를 전담할 특보를 둔 것도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189조원의 투자와 그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