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무역 업체를 운영하는 김영호(가명·45) 씨는 지난 6월 러시아산 비료 수입을 하려다 낭패를 당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러시아 비료 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한 것.
이 업체는 러시아 정부가 거래를 허가한다는 서류와 러시아 대사관이 이를 영어로 번역한 서류, 수입에 필요한 위임장까지 보내왔다. 그래서 위임장 발급 비용 명목으로 1천만 원을 송금했다.
그리고 김씨는 뒤늦게 이 업체와 거래해도 무방한지를 주러 한국 대사관과 코트라 모스크바 센터에 문의했다. 두 기관이 확인한 결과 실제 비료업체와는 무관한 사기성 거래 오퍼로 밝혀졌다. 이들이 보낸 문서 역시 오류투성이의 위조였다.
러시아 정부에서는 자원 수출을 허가하는 허가서를 발급하는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 위기 이후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런 방식의 무역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뿐 아니라 제3국에 있는 한국 기업들에까지 사기꾼들이 손을 뻗치고 있다.
4일 코트라 모스크바 센터에 따르면 6~8월 사이 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만 10건이나 된다.
러시아 석유회사에서 생산된 나프타 원료를 공급하겠다는 오퍼를 보내면서 등록비 명목으로 수만 달러를 송금하라고 우리 기업인에게 요구했으나 유령 업체가 보낸 사기극으로 확인됐다.
또 러시아 윤활유 회사라며 거래 전 러시아 에너지 관련 협회에 등록해야 한다며 고액의 등록비를 요구했으나 역시 유령기업이었다.
코트라 모스크바센터 나윤수 센터장은 "금융 위기 이후 일어나는 현상들로 러시아 기업을 사칭하는 이러한 사기사례는 주로 원자재를 공급하겠다는 거래 제안이 많다"며 "일단 이런 의심되는 사업 제안이 오면 해당 기업에 직접 연락을 취하거나 코트라나 주러 한국대사관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트라는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에서 자원 개발이나 광산 지분 매각 등의 정보를 제공하며 사업 제안을 해오는 기업들은 실체가 없거나 자원은 있어도 실제 매장량 확인의 어려움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원자재 및 각종 제품을 수출하는 러시아 기업은 러시아어 웹사이트가 기본이며 영문판은 보조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만을 사용하는 웹사이트이거나 완벽한 영문 거래 제안서를 받을 때 한 번쯤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러시아 정부 고위층과의 친분을 미끼로 자원 확보나 건설 플랜트 프로젝트를 제안하거나 등록비, 활동비 등을 먼저 요구하는 제안도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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