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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연이 만난 사람) 이어령 창조학교 명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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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2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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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창조학교 명예교장(초대 문화부 장관) 본지 인터뷰

   
 
사진설명=한국을 대표하는 지성 이어령(오른쪽) 초대 문화부 장관을 오승연 고려대 교수가 만나 창조학교를 세운 배경과 창조적 삶을 사는 노하우에 대해 귀담아 듣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앞서가는 사람 뒤통수를 따라 숨차게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이젠 아닙니다. 벽이 있고 벼랑도 있습니다.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며 새 길을 만들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우리는 창조학교로 갑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이달 1일 문을 연 경기 디지로그 창조학교 명예교장으로서 학교 홈페이지에 개교 메시지를 영상으로 남겼다.

이 명예교장은 첫 걸음을 시작하는 창조학교가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창교학교는 각계 전문가와 함께 멘토링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세계 첫 온ㆍ오프라인 통합 교육기관이다.

이 학교 강좌는 모두 5개로 창조 이론과 교육, 창조 언어와 인문학, 창조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창조 과학과 기술, 창조경영과 기업ㆍ가정으로 나뉜다.

아주경제는 이어령 명예교장을 만나 내년 3월 정식 개교를 앞두고 시범운영에 들어간 창조학교와 창조적 삶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을 대표해 온 지성으로서 창조학교를 직접 세운 계기를 알고 싶습니다.

"한국인은 상상력과 창조력이 아주 뛰어난 민족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창조적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하고 있다고 봅니다. 나는 전쟁과 해방 직후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절에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어요. 지적 억압이 없는 해체된 사회에서 아주 자유롭게 컸습니다.

반면 오늘날 우리 사회는 상당히 자유로워졌지만 대중적 획일주의로 불리우는 천편일률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어린이가 제한된 상상력과 고정관념을 가지고 성장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13억 중국인, 1억5000만 일본인과 경쟁하겠습니까. 가정과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 친구와 휴대전화 문자로 소통할 수 없는 것, 그것을 누군가 가르쳐 줘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창조학교는 홈페이지(www.k-changeo.org)에 세 가지 소원으로 미션을 소개했습니다. 첫째 성적과 가난, 학력, 조직이란 굴레로 창조적 잠재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 한 사람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80세 창조력을 지닌 노인과 10대 꿈을 지닌 아이가 만나 지식가치를 리사이클링하는 순환사회를 만드는 것이죠. 끝으로 어린이 모두에게 내재된 창의력을 일깨워 창조적 세계인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창조학교는 바로 그 기회와 순환을 위한 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절망 속에서 빛을 본다면, 창조적 욕망을 충족시킨다면 창조학교는 존재해야 하는 것이지요."

-창조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자격이 있습니까.

"기본적으로 제한은 없습니다. 다만 어린이 교실은 세 살부터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몇 가지 클래스가 있습니다. 나머지는 초등학생, 중학생, 80대 노인까지 누구나 가능합니다. 창조학교는 등록금을 받거나 졸업장을 주지 않습니다. 시험을 통해 특수한 사람만 뽑지도 않아요.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창조학교에서 지식을 배워가고 창조적 영감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게 우리 창조학교 특징입니다."

-멘토링 시스템에 대해 자세세 소개해주셨으면 합니다.

"창조학교에선 원론적인 것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뉴스나 문제를 어른과 아이가 함께 풀어나갑니다. 부싯돌이 부딪쳐야 불이 나듯, 멘토(보듬이)와 멘티(그림이)가 서로 만나 성장하고 바로 그곳에서 창조가 일어납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가르친다는 말이나 교실이란 말을 안 씁니다. 교실에서 교(敎)는 가르친다는 말입니다. 선생에겐 교실이지만 학생에게는 배우는 방, 학(學)실 아닌가요. 우리는 교실 대신 창조방이라 하고 선생과 학생 대신 멘토와 멘티라 합니다. 보듬이는 보듬어 안아준다는 뜻이고 그림이는 마음 속에 그린다는 뜻이지요.

존경할 만한 인물이 없는 사회에서 자기가 정말 마음 속에서 그리워 하는 사람, 마음 속 멘토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뭔가 창조한 사람이 아니면 멘토가 될 수 없습니다. 멘티가 멘토로 삼고 싶은 사람을 뽑을 수도 있습니다. 창조학교는 50명 멘토와 함께 온ㆍ오프라인에서 강의를 진행하려 합니다. 멘토 한 명은 적으면 50에서 많게는 120명까지 멘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수십만명을 받을 수도 있지만, 한 사람이 얼굴을 익히고 인간적으로 대할 수 있는 관계가 120명이기 때문이지요. 120명을 넘지 않는 멘토ㆍ멘티 그룹이 되는 겁니다.

멘토를 중심으로 멘티가 이어져 별자리처럼 빛날 것입니다. 혼자라면 별 하나이지만 이어지면 북두칠성도 되고 카시오페이아도 되는 것입니다. 창조학교는 멘토의 것인 동시에 멘티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창조적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우리 뇌는 20와트에 불과한 작은 전력으로 움직인다고 합니다. 사람과 침팬지 유전자는 1.23% 차이 밖에 안 납니다. 조금 달라지는 게 많이 어려운 일일까요. 크게 달라지라는 게 아니라 약간만 달라지자는 것입니다. 조금만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아버지는 덥다고 내게 문을 열라 하십니다. 어머니는 모기가 들어오니 문을 닫으라 하십니다. 아들은 고민에 빠집니다. 속만 터집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볼까요. 열면서 닫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방충망입니다. 바람은 들어오되 모기는 들어오지 않는다면 아버지도 어머니도 만족할 겁니다.

창조력을 통해 열면서 닫는다는 모순을 극복해야 합니다. 문제 해결, 그것이 바로 창조입니다. 삶은 창조력으로 모순을 극복해 나가는 것입니다. 뭐든지 나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어금니로 씹는 생각, 관념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책이나 방송에서 봤을 때보다 실제 모습이 훨씬 열정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열정을 변함 없이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지요.

"호기심입니다. 호기심이 살아있기 때문에 나이를 잊게 됩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즐겁습니다. 창조는 즐거움을 대가로 줍니다. 언제나 천지를 창조한 첫날처럼 살아야 합니다. 그런 경이로움을 느껴야 합니다. 어제와 다른 내가 있구나. 내일도 다른 내가 있겠지 하는 느낌 말입니다.

인생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변화 때문에 순간순간이 새롭고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대로 우리 미래를 짊어진 젊은이에게 창조정신을 전파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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