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민들의 쌀 소비량 급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쌀 재고량을 해소하고 국제 쌀 값의 급등한 상태이기 때문에 조기 관세화를 시행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라며 농민들을 설득중이다.
그러나 일부 농민단체나 신중론자들은 쌀 시장 개방에 따른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농가소득의 약 40%를 차지하는 쌀시장을 개방하는 농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내년부터 쌀 조기관세화를 시행해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이달말까지는 이 결정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에 통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쌀 시장 조기관세화 결정을 WTO 회원국들에게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 "쌀 조기관세화는 국익에 도움"
우리나라는 지난 ‘93년 우르과이라운드(UR) 협상당시 향후 10년동안 쌀 관세화를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2003년까지 국내 전체 쌀 소비량의 약 4%에 달하는 20만5000t을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으로 의무 수입키로 했다.
이후 지난 2004년 WTO협상에서 또 한 차례 쌀 관세화 시행시기를 10년간 유예키로 했고, 10년이 되는 2014년까지 국내 전체 쌀 소비량의 7.9%를 의무적으로 수입키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금년에 약 30만t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고 앞으로 매년 약 2만t씩 수입량을 늘려 오는 2014년 이후에는 총 40만9000t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들의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 1995년 106.5kg에서 지난해 75.8kg으로 크게 줄었다.
이처럼 국민들의 쌀 소비량 감소추세를 감안할 때 2014년에 수입해야 할 40만9000t은 국내 전체 쌀 소비량의 약 12%에 달할 정도다.
현재 국제적인 쌀 값 시세는 10만t당 약 14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내년부터 곧바로 쌀 관세화를 시행하면 의무수입물량이 올해보다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올해의 수입량인 30만t만 수입하면 된다.
즉 2014년까지 약 1400억원어치의 수입쌀을 의무적으로 들여올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매년 이 만큼은 수입쌀 도입에 따른 경비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정부는 일본의 사례를 감안할 때 쌀 관세화를 시행하더라도 농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수입쌀의 국내 시장잠식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임정빈 농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10년전인 지난 1999년 이미 쌀 관세화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관세화 이후 수입쌀 물량이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관세화를 부과하기 전보다 수입쌀 물량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 쌀은 농민의 생존권…충분한 검토 필요
그러나 최근 국내는 쌀 재고량 증가가 뚜렷해지면서 쌀 가격 하락 등으로 농가의 걱정은 가중되고 있다. 현재 국내 전체 재고량만 해도 대략 277만t에 달한다.
더구나 국제적인 쌀 가격과 환율도 낙관적인 전망대로만 움직인다는 보장도 없다고 반박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정부가 쌀 조기 관세화 문제를 수입비용 등 2000억∼4000억원을 줄일 수 있다는 비용논리로 다루고 있지만, 농민들은 쌀값 폭락, 쌀 수입량 증가 등으로 쌀 농사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생존권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도 “당분간 국제 쌀 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없다는 데 큰 이견은 없지만, 수급이 약간만 불안해도 가격이 급변하는 쌀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불확실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쌀 재고량 증가와 소비 둔화, 그에 따른 쌀 가격의 하락은 쌀 구매력 확장과 시장격리 등 정부, 지자체와 농협의 대책이 없는 한 호전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다가오는 수확기 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산지 조곡가격관리와 소비대책 마련에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지자체, 농협 등 농업관련 기관은 적극적인 지원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쌀 조기 관세화로 간다면 우리나라는 현재 진행중인 도하아젠다개발(DDA)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확보가 불투명해져 타 품목에까지 악영향이 올 수 있다.
또한 △쿼터물량(의무수입물량)을 배정받은 국가는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쌀 수입관리 방식(국영무역 수입방식, 수입부과금)의 변경 여부 △저율 할당관세물량(TRQ) 초과물량의 수입대책 부재 등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쌀 관세화에 앞서 국내산 쌀의 수급∙가격 안정방안, 국산 쌀의 생산∙가공∙유통 분야의 경쟁력강화 등 전면적인 개선방안, 농가 경영∙소득 안정방안 등을 총체적으로 논의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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