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회사 돈으로 주식과 채권을 운용하는 상품운용팀을 신설했다.
‘리먼 브러더스’와 같은 내로라하는 금융회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쓰러지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리스크(위험)를 감수하지 않으면 수익도 없다”던 그의 역발상은 곧 성과로 이어졌다.
최 사장은 이 팀을 통해 현대증권은 올 상반기에만 회사 전체 세전 영업이익(1056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 593억원 수익을 거뒀다. 바닥에서 산 주식은 물론 보유한도를 크게 늘린 채권 가격도 오른 덕이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글로벌 위기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고 정부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 주식시장이 빠른 속도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가 리스크를 무릅쓰고 상품운용에 팔을 걷어 부칠 수 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위탁매매 영업이 사양화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장기 수익모델은 투자은행(IB)과 퇴직연금이 되겠지만 투자은행은 아직 회사를 떠받칠 정도로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투자은행·퇴직연금으로 건너가는 중간 단계로 자산관리와 상품운용을 강화하고 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외환위기 이전 국내 증권사 수익 중 위탁매매 비중은 80%까지 차지했지만 온라인 증권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수수료 수익은 급감했다.
수수료 수익을 대신할 수익원으로 그는 상품운용이란 카드를 꺼낸 것이다. 현재 현대증권 수익에서 위탁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55% 수준이다.
선견(先見)의 비결은 은행·정부·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인적 네트워크’다.
조달청장 출신으로 관가에서 알아주는 ‘마당발’인 최 사장은 스스로도 자신의 최대 장점을 네트워크로 꼽았다.
다양한 분야의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어 여러 각도에서 시장을 보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현대증권이 살 길은 공격적인 영업뿐”이라고 강조한다.
손쉽게 영업했던 현대그룹 해체 이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상황 인식 때문이다.
영업을 강조하는 그의 상황 인식은 그의 다양한 인맥과 맞물려 대형 IB 계약이란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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