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잠정적용'을 명하면 위헌적인 법조항도 법률이 개정될때까지 효력을 유지해온 사법 관례를 뒤집는 첫 판결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이진만 부장판사)는 전직 교사 한모씨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공무원연금법 조항으로 인해 퇴직수당이 줄었다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공무원연금법 제64조와 시행령에는 '공무원이 재직 중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때 퇴직급여나 수당을 2분의 1로 감액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헌재는 2007년 3월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공무원의 신분이나 직무와 관련이 없는 범죄에까지 퇴직급여 제한 조치를 하는 것은 공무원범죄를 예방하려는 입법목적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기는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당시 헌재는 2008년 말까지 위헌적 요소를 개정하되 개정 전까지는 기존 법률을 존속시키는 잠정적용을 결정했다.
한씨가 퇴직수당 감액 처분을 받은 2008년 2월에는 법이 개정되지 않아 기존 판례대로라면 공단의 처분은 정당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헌재의 잠정적용 결정을 기계적으로 해석해 이미 위헌 판정을 받은 법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 어긋나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법률조항 중 합헌인 부분과 위헌인 부분이 구분될 경우 합헌인 부분에 한정해 잠정적용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밝혔다.
고교 교사였던 한씨는 60명의 환자에게 침을 놓아주고 대가로 50만원을 받는 등 영리 목적의 한방의료행위를 한 혐의(부정의료업자)로 기소돼 2007년 12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고 퇴직했다.
그는 이듬해 2월 퇴직연금의 일시금 지급을 청구했다가 2분의 1 감액 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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