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림수산식품부는 수입쌀에 대한 조기 관세적용 문제를 놓고 고민에 쌓여있다. 수입쌀에 대한 조기 관세 적용을 놓고 농민들과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합의했던 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쌀 수입에 관세를 적용해야 한다. 그 이전까지는 최소시장접근(MMA) 방식으로 매년 2만t씩 외국쌀 수입량을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 20만5000t에서 올해는 총 30만t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또 2014년에는 의무수입량이 총 40만9천t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내년부터 관세를 적용하면 이렇게 매년 증가하는 의무수입물량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 현재 국제 쌀값 시세를 고려할 때 10만t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400억원에 이른다.
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내년에 쌀 시장을 개방(쌀 관세화 적용)하면 앞으로 10년동안 2000억∼4000억원의 수입쌀 도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국제 쌀값도 예년보다 급등해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국제 쌀값은 2004년보다 세배 정도 뛰어올라 수입쌀 가격은 kg당 약 1400∼1500원 으로 거래되고있다. 국산과의 가격차이가 약 25%정도 밖에 나지 않는다. 높은 관세율로 수입쌀 가격을 올린다면 국산쌀도 가격경쟁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도 지난 1999년 조기 관세화를 단행했지만, 고율의 관세부과 등으로 상업적 목적의 쌀 수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쌀 시장개방을 단순히 경제적 측면만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며 반대하고 있다. 농민들은 쌀 시장이 개방되면 값 폭락, 수입량 증가 등으로 쌀 농사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생존권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쌀 시장개방이란 말 자체에 농민들은 막연한 공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요즘 우리는 “‘3불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을 흔히 한다. ‘3불(不)’은 불신(不信), 불만(不滿), 불안(不安)을 가리킨다. 각 자가 느끼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크며,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고, 서로에 대한 불신도 크다는 것이다. 특히 불안과 불만은 불신에서 비롯된다는 얘기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한민국 중앙부처 공무원 중 자기실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쌀 시장개방은 농민들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완전히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국민이 반대하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강제적으로 밀어붙이면 반드시 반대급부에 봉착하게 마련이다. 불신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쌀 시장을 조기 개방하면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농식품부는 여러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쌀 조기관세화 문제를 시간에 쫓긴 나머지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될 것이다. 더욱이 내년부터 관세를 적용 하기에는 시간적으로도 촉박한 것이 사실이다. 보다 긴 안목으로 관세 문제를 결정하길 바란다.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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