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홈페이지에는 ‘박희태의 말말말’이라는 코너가 있다. 한 당직자에 의하면 코너 특성상 하루 5000명 정도가 이용하는 ‘대변인브리핑’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인기비결은 ‘패러디’와 박 대표의 감칠맛 나는 말솜씨의 조화다.
‘연아처럼 세계를 제패하자’는 제목에 피겨스케이트 김연아 선수의 사진과 박 대표의 얼굴을 합성해 놓는 식이다. 여기에 ‘언어의 연금술사’ 박 대표의 어록은 사진 속 상황과 묘하게 맞아 떨어져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박 대표 본인도 개의치 않고 오히려 ‘더 웃기게 만들어 보라’고 재촉할 정도다.
하지만 그도 ‘소통정치의 연금술사’까진 힘들었던 모양이다.
박 대표는 오는 10월 경남 양산 재보선을 위해 최근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범여권의 2인자이긴 해도 중재와 소통력 부재라는 원외대표의 한계를 절감한 탓일까. 그의 평소어록에서도 이같은 고뇌가 그대로 드러난다.
‘나도 신발이 무섭다. 신기만 하면 좋지만 누가 던지면 어떡하나’(부시 대통령 신발투척 사고 후) ‘만파식적이라도 불고 싶다’(6월 임시국회를 둘러싼 여야대치 상황에서) ‘재보선 민심은 당 쇄신과 단합’(4월 재보선 0대5 참패 후) 등이 그것이다.
경제위기 속에 시장상인들은 민생행보에 나선 박 대표의 손길을 외면했다.
고질적인 당내 친이-친박 불협화음과 야당의 국회등원 거부가 이어지면서 박 대표는 1년 2개월 동안 ‘소통력 부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기엔 특유의 미지근한 태도도 한몫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숙원이었던 ‘소통과 화합’은 미완의 과제로 남은 채 폭탄돌리기 하듯 후임에게 넘어 간 것이다.
엉겁결에 뒤를 잇게 된 정몽준 신임 대표는 정치인생의 갈림길에 섰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가 당내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고 대중 인지도도 높은 만큼 전임자가 못 다 이룬 ‘소통과 화합’의 완성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그의 이런 점은 그만큼 굳센 정치적 소신이 없으면 이리저리 휘둘릴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더욱이 현재는 차기 대권주자를 꿈꾸는 상황인지라 성급한 포퓰리즘에 집착할 지도 모를 일이다.
정 신임대표는 8일 취임사를 통해 "성공하는 조직의 요건은 개방과 관용"이라며 소통정치를 강조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말잔치가 아니라는 점은 이미 전임 박 대표를 통해 드러났다. 이제는 실천만 남았다.
아주경제=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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