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비스 산업의 수출 증대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해 펴낸 ‘서비스 분야의 수출 산업화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서비스 산업의 수출 실적이 매우 미미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아울러 해당 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을 토대로 한 제도적 뒷받침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서비스 산업이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교류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국민의 인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유 교수가 보는 우리 국민의 성품은 서비스 산업 수출에 유리한 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유 교수는 먼저 우리나라의 지식기반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근거로 들었다. 대학 진학률은 84%에 육박한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한 상대방의 희망 사항을 파악하는 국민적 인타의식(認他意識)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아르헨티나의 사례를 들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백구타운은 현재 선진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변두리에 지나지 않았던 시골 마을을 한인들이 새로 가꾸어 백인들의 쇼핑타운으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충분한 인적 자원을 토대로 하고 있는 서비스 산업이 아직도 미미한 수준인 이유는 무엇일까.
유 교수는 먼저 서비스 산업의 수출 전략이 제대로 수립되어 있지 않은 국내 여건을 지적했다. 그는 “인도는 뭄바이를 중심으로 IT 산업 특구를 설정했다. 창업을 희망하는 벤처 기업은 누구나 무료로 기업을 세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준다. 대신 성공 이후에는 50% 이상 수출을 달성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걸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카이스트를 비롯한 일부 대학의 IT학과에 전적으로 맡겨놓은 상황이다. 유 교수는 “과거 철강이나 조선 산업처럼 세계적 수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전문 연구기관의 설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작년 사업을 접은 SK텔레콤 이동통신의 대미 수출 전략 실패 사례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헬리오(Helio)는 가상이동통신망(MVNO)방식으로 미국 내 한국 교민을 상대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결국 애초의 성과를 이루어 내지 못했다. 유 교수는 “SK측이 시도한 교민을 상대로 한 서비스는 다양한 수요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현지의 감성과 습관 정서를 감안해 큰 시장을 보고 들어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을 통한 개방에서도 수입국의 현지 정서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대상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정부의 지원정책만 확고하다면 5년 내에 100억 달러 이상의 서비스 수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 교수는 유망 서비스 수출 산업으로 의료·물류·관광·IT 등을 꼽았다. 한국의 의료 산업의 질은 동아시아의 인접 국가보다 우수하며, 가격 경쟁력 역시 갖추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동의보감이 유네스코의 아시아 첫 과학 도서에 등재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내 전통 의학이 세계에서도 주요 대체의학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걸게 한다. 국내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 사용자가 증가하면 한약재 수출을 통한 외화획득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국내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사교육시장도 외국에서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장점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능 시험에 해당하는 미국의 SAT 준비 학원은 이미 현지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유 교수는 “이들 시장에서 체계적인 틀을 완성된다면 외화획득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교수는 뉴질랜드의 서비스 산업 개방을 한국이 참고할만한 사례로 들었다. “뉴질랜드는 1970년 교육·영화 시장을 완전히 개방했다. 그 결과 외국의 우수한 기술은 국내 개발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는 기회가 됐다. ‘반지의 제왕’ 같은 전 세계적인 흥행을 불러온 영화의 제작도 이러한 환경을 토대로 이뤄진 것이다. 우리도 눈을 크게 뜨고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정진희 기자 snowwa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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