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의 연속…‘일인지상 만인지하’의 자리 ‘기싸움’ 치열
1단계 ‘자리양보’, 2단계 ‘화법대결’, 3단계 ‘출구전략’
9월 정기국회 일정합의가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여야 대표선수 2명이 자리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정훈,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다. 이들은 실무적으로 국회 일정협의를 도맡아 하고 있어 매일 얼굴을 마주하거나 전화통화를 한다. 통상 연애를 막 시작한 커플 같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정치바닥이 워낙 험악한지라 이들의 기싸움 또한 강하다. 정치판은 밀릴 수 없는 심리전의 연속이다.
이들의 기싸움 1단계는 ‘자리 양보’다. 지난 7일 일정합의 사항을 발표할 때 김 부대표는 여댱의 여유를 보였다. 가장 관심사가 높은 총리 및 장관 인사 청문회 일정 발표를 우 부대표에게 양보한 것이다.
하지만 우 부대표 역시 질 수가 없다. “이럴 때만 야당에게 먼저 하라고 한다. 엄청난 선심을 쓰는 듯 하다”며 맞받아친다. 미디어법 강행처리, 국정감사 일정 미합의 등 여타 주요 사안에 대해선 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데 불만을 토로한 셈이다.
기싸움 2단계는 ‘화법대결’이다. 대중연설을 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도 자격이 없지만 기자들을 상대하지 못하는 의원도 자격이 없다는 것은 정가의 중론이다.
수적 열세를 잘 알고 있는 우 부대표는 감정에 호소한다. 극단적 사례를 들며 ‘선동’해나가는 스타일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10월 재보선이 끝난 11월에 국감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제헌 국회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과거 사례와 견줘 여론을 몰아간다.
반면 김 부대표는 느긋하게 맞받아친다. 감정에 호소하기 보단 특유의 사투를 가미하면서 “그런 적 많아요”라며 웃음으로 넘겨버린다.
기싸움의 마무리는 ‘출구전략’이다. 상관으로 원내대표를 모시고, 다수의 원내부대표를 거느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 원내수석부대표. 그만큼 언론에 대한 ‘출구전략’도 이들에겐 갖춰야 할 덕목중 하나다. 민감한 사항에 대해 선제적으로 탈출해 후일을 도모해야 하는 게 원내수석부대표에겐 필요하다는 소리다.
김 부대표는 ‘여운형’이다. 날카로운 기자들의 질문에 “그게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중요한 건 다음 대답이 없다. 뭔가 알고 있지만 차마 말할 수 없다는 식이다. 그만큼 신비주의를 지향한다.
반면 우 부대표는 ‘솔직형’이다. “그만 하시죠”라고 말한다. 이제 실탄이 다 떨어졌으니 내일 또 보자는 뉘앙스다.
이들에게는 국감 일정 등 주요한 협의사안이 과제로 주어져있다. 아무리 정당을 달리하고 정치적 지향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한동안 가장 밀접하게 접촉해야 하는 사이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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