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5일 월요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지며 금융위기의 시작을 알렸다. 전 세계인들은 리먼 사태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로 번지며 세계 경기를 추락시켰다.
리먼이 파산보호를 신청했을 때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시스템 붕괴 가능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실제 마주한 현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8일(현지시간) 금융위기 일년을 맞아 리먼 파산을 접한 월가 주요 인사들의 반응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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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엘-아리안 |
그는 "세계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있었다"며 "지난해 3월 상황이 급박해져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때부터 핌코 직원들은 휴가를 반납해야 했다.
리먼의 파산보호신청이 예고됐던 주말. 핌코 투자위원회는 온종일 사무실을 지켰다. 엘-에리안은 이날 회사의 모든 회의실에는 도넛과 피자 박스가 넘쳐났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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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블랭크페인 |
리먼 파산 전날 출근한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는 전 직원들이 먼저 나와 업무를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모든 직원들이 앞으로 맞닥뜨릴 위기를 직감하고 있는 듯 했다고 덧붙였다.
블랭크페인은 "앞으로 현재 위기를 되짚고 위기의 원인을 찾아내려는 박사논문이 1000건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6~9월 미국 보험사 AIG의 CEO를 지낸 로버트 윌럼스태드는 다른 이들보다 할 말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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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윌럼스태드 |
그는 리먼 사태로 사임하게 된 데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AIG의 자산을 매각하고 리스크를 제거해 회사의 체질을 개선하려던 계획이 금융위기로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윌럼스태드는 "평생을 AIG에 헌신한 임직원들에게 리먼 파산은 비극"이라며 "AIG를 거대한 기업으로 키워낸 이들의 재정과 감정이 철저하게 파괴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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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디스 휘트니 |
보따리를 싸들고 허둥지둥 리먼브라더스 본사를 빠져나오는 임직원들의 모습이 9·11테러 현장에서 벗어나려던 사람들의 행렬과 닮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수근거리던 구경꾼들의 모습도 리먼 사태나 9·11테러나 다르지 않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정책을 책임졌던 닐 카시카리 전 재무부 금융안정 차관보는 아시아 출장에서 돌아온 지난해 9월 14일 리먼이 파산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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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카시카리 |
미 정부가 기댈 곳은 의회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실자산구제계획(TARF)에 대한 하원 첫 표결은 부결됐다. 이 때 카시카리는 '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가'하고 자문했다고 한다.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은 리먼이 무너진 지 3주가 채 안 된 지난해 10월 3일. 카시카리는 당시 표결로 금융시스템 붕괴와 미국 가정의 황폐화를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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