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국회 정상화 뒤엔 그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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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1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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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지상 만인지하’의 자리…막후 타결 1등 공신
1단계 ‘자리양보’, 2단계 ‘화법대결’, 3단계 ‘출구전략’

9월 정기국회 일정합의가 9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물론 스포트라이트는 최종 협상자인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이날 합의까지 이르기에는 수면아래서 발에 땀나도록 만나고 목이 쉬도록 전화 통화하며 합의를 이끈 숨은 공신들이 있다. 한나라당 김정훈,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가 바로 그들. 이들은 실무적으로 국회 일정협의를 도맡아 매일 얼굴을 마주했거나 통화했다. 통상 연애를 막 시작한 커플 같은 모습이다.

이들은 서로를 지지고 볶으며 때론 다투고 때론 웃으며 숨가뿐 한주를 보냈다. 정치인의 생명은 전략과 전술이다. 협상을 위해선 기싸움이 필수전공이다. ‘기’에서 밀리면 여의도 정가 어디에도 금배지가 머물 곳은 없다.

이들의 기싸움 1단계는 ‘자리 양보’다. 지난 7일 일정합의 사항을 발표할 때 김 부대표는 여댱의 여유를 보였다. 가장 관심사가 높은 총리 및 장관 인사 청문회 일정 발표를 우 부대표에게 양보한 것이다.

하지만 우 부대표 역시 질 수가 없다. “이럴 때만 야당에게 먼저 하라고 한다. 엄청난 선심을 쓰는 듯 하다”며 맞받아친다. 미디어법 강행처리, 국정감사 일정 미합의 등 여타 주요 사안에 대해선 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데 불만을 토로한 셈이다.

기싸움 2단계는 ‘화법대결’이다. 대중연설을 하지 못하는 국회의원도 자격이 없지만 기자들을 상대하지 못하는 의원도 자격이 없다는 것은 정가의 중론이다.

수적 열세를 잘 알고 있는 우 부대표는 감정에 호소한다. 극단적 사례를 들며 ‘선동’해나가는 스타일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10월 재보선이 끝난 11월에 국감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제헌 국회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과거 사례와 견줘 여론을 몰아간다.

반면 김 부대표는 느긋하게 맞받아친다. 감정에 호소하기 보단 특유의 사투를 가미하면서 “그런 적 많아요”라며 웃음으로 넘겨버린다.

기싸움의 마무리는 ‘출구전략’이다. 상관으로 원내대표를 모시고, 다수의 원내부대표를 거느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 원내수석부대표. 그만큼 언론에 대한 ‘출구전략’도 이들에겐 갖춰야 할 덕목중 하나다. 민감한 사항에 대해 선제적으로 탈출해 후일을 도모해야 하는 게 원내수석부대표에겐 필요하다는 소리다.

김 부대표는 ‘여운형’이다. 날카로운 기자들의 질문에 “그게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중요한 건 다음 대답이 없다. 뭔가 알고 있지만 차마 말할 수 없다는 식이다. 그만큼 신비주의를 지향한다.

반면 우 부대표는 ‘솔직형’이다. “그만 하시죠”라고 말한다. 이제 실탄이 다 떨어졌으니 내일 또 보자는 뉘앙스다.

이들의 치열한 ‘심리전’은 결국 ‘국회 일정합의’라는 소귀의 성과물을 만들었다. 그러나 18대 국회가 50% 넘게 파행으로 얼룩졌던 사실은 이들이 또다시 일정협의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준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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