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컬럼)재벌가 3세 경영인들이 기억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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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1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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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재계를 대표하는 3세 경영인들의 대외행보가 부쩍 잦아졌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장남인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는 지난 4일 오전 기능올림픽이 열리는 캐나다 캘거리를 전격 방문해 “기업의 힘은 현장․기능 인력에 있다”며 한국선수단을 격려했다.

이어 6일에는 유럽최대의 가전전시회인 ‘IFA 2009’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에 나타나 삼성전자 전시장을 둘러 본 후 기자들에게 “ 하반기 실적은 환율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경영관련 발언을 하기도 했다.

평소 공개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거나 나타나더라도 발언을 극도로 꺼려하던 평소의 언행과는 달리 이 전무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채로 자연스럽게 답변을 하는 등 상당히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현장에 있던 이들의 전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 전무가 이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경영권 승계에 따른 법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됨에 경영전면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재용 전무뿐만 아니라 삼성에 이어 자산규모로 재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대․기아차 그룹 정의선 부회장의 행보도 심상치가 않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달 17일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오는 15일 열리는 푸랑크푸르트 모터쇼와 17일 신형 YF소나타 신차발표회에 참석해 국내외에 자신이 정몽구 회장의 후계자임을 확실히 각인 시킬 계획이다.

특히 17일 열리는 YF소나타 신차 발표회는 정의선 사장에게는 그룹 내에서 그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게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상징이자 간판 차량인 신형 쏘나타를 발표하는 것인 만큼 회사 측이 승진한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위상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정몽구 회장과 공동으로 주관하는 행사로 치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전무는 30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 회장을 따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사진을 찍는 등 후계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또 그동안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던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 광모 씨도 9월말 결혼식을 올린다고 한다.

대개 재계의 3세 경영인들이 학업을 마치고 결혼식을 올린 후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구씨 역시 조만간 LG그룹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재계 3세 경영인들이 본격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서는 것은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건 아니건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자신의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야 말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 3세 경영인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자신들이 물려받거나 물려받은 돈으로 확보한 기업의 지분이 전체 주주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 설혹 그들이 주주들 대다수의 동의를 얻었다 하더라도 주주들이 기업의 이해관계자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재계 3세 경영인들이 손에 쥔 경영권은 주주, 고객, 임직원 등 기업 이해관계자로부터 위임받은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3세 경영인들은 자신이 가진 경영권을 행사하기에 앞서 작은 지분으로 큰 권한을 위임받은 자의 겸손과 신중함을 먼저 익혀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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