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지 일년이 지났다. 전 세계 언론들은 연일 리먼 몰락 이후를 되짚는 특집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금융위기의 소용돌이를 피하지 못하고 쓰러진 기업가들에게는 끔찍한 악몽의 재연이다.
반면 살아남은 기업가들에게 지난 일년은 '기적'과 다를 바 없다. 이들은 리먼의 교훈을 되새기며 자신의 임무를 재확인하고 조직을 추스르느라 여념이 없다.
적잖은 기업가들이 시달린 악몽을 기적으로 승화시킨 이들의 비결은 뭘까. 마이클 유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 교수는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공통분모 세가지를 꼽았다.
◇"위기를 자극제로 삼아라"
유심 교수가 전한 첫번째 '위기 리더십' 교훈은 위기를 자극제로 삼으라는 것이다. 그는 위기 경영에 대한 경험이 기업가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유심은 해병대의 막강한 전투력도 위기 경영 노하우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평상시에도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긴장감을 유지하다 보면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도 위기를 자극제로 삼아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존 챔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유심과의 대담에서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닷컴 버블이 정점에 다다랐을 때 시스코의 시가총액은 5000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버블은 이내 붕괴됐고 70%에 달했던 시스코의 성장률은 45%로 추락했다. 80 달러를 오르내리던 주가도 10 달러선으로 곤두박질쳤다.
위기는 챔버스에게 결단을 요구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핵심 사업 재정비. 이 때부터 시스코는 인터넷 기반 네트워크 장비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시스코는 현재 세계 스위치 및 라우터 시장의 4분의 3을 점유하고 있다.
◇"성공보다는 실패에서 배워라"
유심이 강조하는 두번째 교훈은 성공보다는 실패에서 배울 게 더 많다는 것이다. 그는 지나친 성공은 오히려 방심으로 이어져 실패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실패가 성공보다 더 훌륭한 스승이 될 수 있는 것은 실패의 가르침이 각인되기 때문이다. 리먼 몰락의 후폭풍만 봐도 그렇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월가 금융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내렸다. 세계 최대 보험사로 승승장구하던 AIG만 해도 하루 아침에 주가가 60% 떨어졌고 이내 경영권이 미국 정부로 넘어갔다.
유심은 AIG의 실패 요인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리더십을 꼽았다. 일례로 AIG의 금융상품 부문(AIGFP)은 경영진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실했다. 조지프 카사노 전 AIGFP 대표가 과거의 성공에 집착해 자만한 나머지 닥쳐올 리스크를 무시한 결과다. 리스크 감지 기회를 놓친 AIGFP는 결국 AIG 부실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다.
유심은 "조직 내부에 지나치게 긍정적인 분위기가 흐르면 리스크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을 그르치게 된다"며 "지나친 확신이나 오만을 경계하라"고 강조했다.
◇"허점을 채우는 리더십은 학습의 산물"
유심은 끝으로 미래에 닥칠 위험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경영전략상 허점을 알아채고 채울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향후 맞닥뜨릴 수 있는 리스크를 무시하거나 과거 실적에 대한 지나친 자심감만한 결점도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아울러 리더십은 학습을 통해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많은 기업들이 호불황을 막론하고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명한 기업이라면 기업가가 닥쳐올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심은 이 과정에서 리더십의 결점을 직시하고 금융위기를 버텨낸 기업들의 리더십을 수용하는 한편 리먼이나 AIG 등 실패 기업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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