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회계·디자인 등 서비스산업 육성 선진국 경제 진입 키워드
미래 사회는 지식이 주도‥공부하지 않는 CEO 실패한다
CEO들 대상 ‘지식클럽’‥수업 후 2차금지제도 도입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대담
“앞으로 다가올 시대는 지식산업이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공부하는 CEO가 돼야 합니다.”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의 기업 CEO들이 강의를 듣기 위해 ‘번호표’를 들고 기다리는 곳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리더십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경영연구원(IGM)이 그 곳이다.
지난 2003년 설립된 세계경영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CEO 전문교육기관이다. 태동부터 현재까지 6년이 넘도록 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전성철 이사장을 서울 장충동 세계경영연구원 사옥 집무실에서 만났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
“지식클럽은 2001년 세종대 최고경영자 운영 과정에서 힌트를 얻은 것입니다. 당시 운영을 해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였어요. 비싸고, 술 많이 마시고, 사람 사귀는 것에만 집중돼 있더군요. 공부가, 지식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었던 것입니다.
현재 연구원은 아예 네트워킹을 못하게 제도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수업 후 폭탄주 마시면 퇴학입니다. 쉽게 말해 ‘2차 금지’제도지요. 사람은 다른 곳에 가서 사귀라는 말입니다. IGM은 지식이 필요하고 공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지식클럽 멤버가 크게 늘어 서울만 400명, 지방이 300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대중소기업 CEO가 참여하고 있는데, 30~40%가 대기업 임원급 이상, 나머지는 중소기업 CEO들입니다. 개인 스케줄에 맞춰 오도록 2주에 한 번 요일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원급 이상 교육프로그램의 단점은 6개월 정도라는데 있습니다. 지식클럽은 졸업 없이 지속적으로 공부하면서 경영에 필요한 최신 정보들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식클럽에서는 주로 어떤 내용을 가르치시는지요. 또 교육 만족도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하버드나 스텐포드 대학의 비즈니스 관련 논문을 선별해 최신 경영 트렌드를 가르칩니다. 2주에 한 번 수업하기 때문에 CEO들이 큰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습니다. 지식클럽이 설립된 지 2년 3개월 정도 됐는데 700여명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교육하고 있는 내용을 소개해주시지요.
“외국에는 ‘실패학’이라는 학문이 있습니다. 요즘 그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 신상품이나 M&A 등에서 실패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를 어떻게 교훈으로 삼아서 활용할 것인가를 가르치는데 굉장히 재미있어 합니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려면 CEO가 실패를 창피해 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실패를 축적된 지적 자산으로 취급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실패한 사람을 격려하고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사업으로 생각하고 분석해 거기서 교훈을 얻어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협상스쿨 등 오래 전부터 전개해오고 있는 프로그램은 요즘 어떻게 진행하고 계시는지요.
“협상스쿨은 꾸준히 진행해고 있습니다. 개방화시대에 협상은 기업을 성장시키는 필수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협상스쿨 외에 ‘CEO가 가져야할 7가지 기술’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한 학기 동안 교육하는데 회의나 자기 관리 뿐 아니라 시간·인맥·정보·갈등·변화를 관리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최근 대학마다 경영자과정이 많이 생겼는데 ‘경영자과정에서 많이 배웠다’는 말을 듣기 어렵습니다. 반면 IGM은 독립 교육기관인데 만족도가 높다고들 합니다. 비결이 무엇인지요.
“잘 아시다시피 IGM은 어떤 큰 대학의 브랜드를 기반으로 설립된 기관이 아닙니다. 오로지 콘텐츠 하나로 승부해야 합니다. 한두 번 참여해본 CEO나 임원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방식으로 회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교육은 강사가 생명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강사진은 어떻게 선발합니까.
“70%는 내부에서 소화하고, 30%를 외부에서 수혈합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강의는 실전에 앞서 리허설을 원칙으로 합니다. 제 강의도 직원들에게 평가를 받습니다. 이름난 강사를 초빙해 테스트를 반드시 하는데 기본 스탠더드가 높기 때문에 20% 정도만 통과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강의 품질을 컨트롤 하고 있습니다. 예전 대학에 있을 때 최고위 과정에서 강의하던 대학 교수들이 강의 평가도 안 하고 한심하게 운영됐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최고위 강사진에서 대학교수를 전부 빼 버렸습니다. 대신 외국계 기업 CEO들을 초빙해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강의하도록 했습니다. 강의 평가를 공개하겠다고 하니 준비를 열심히 해 왔습니다. 덕분에 당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이상철 KT사장, 남용 LG 부회장 등이 수강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의 IGM을 설립하게 된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당시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최근 IGM이 지역망도 성공적으로 확충해나가고 있다고들 합니다. 또 해외로 진출해 교육프로그램을 펼칠 구상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들으신 대로 국내에서는 서울을 비롯해 대구·인천·울산·부산 등 지역망으로 지식클럽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해외는 내년에 상해와 동경·북경·홍콩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상해·동경에 진출할 것 같습니다. 현지 파트너는 없습니다. 해외 진출 시작은 현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 인력을 활용하면 됩니다. 이것이 끝나고 그 다음해부터는 외국인을 위한 클래스로 바꿀 계획입니다. 강사도 현지인을 쓰고, 교안도 영어로 만들어 진행하려 합니다.”
-IGM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만한 곳이 있다면 어떤 기관인지요.
“세계 1위의 임원 교육기관은 대학이 아니라 법인입니다. 미국 듀크대가 설립한 듀크 코퍼레이트 에듀케이션이라는 독립 법인이 있습니다. 모든 조사기관에서 조사하면 1위로 나옵니다. 단 비투비(B2B) 즉 맞춤형 교육을 하기 때문에 모집 교육을 하는 우리와 다릅니다.
미국에 CCL(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이라는 곳이 있는데 수십 년 된 곳입니다. 주식회사이면서 매출이 1억 달러 이상입니다. 이곳이 리더십 분야 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주로 모집해서 교육합니다. 우리와 비슷한 구조여서 CCL처럼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몸담은 적이 있는데, 정부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보십니까.
“개인적인 의견은 정부가 앞으로 규제를 없애는 것은 물론이고, 변호사·회계사·보험·디자인·컨설팅·회계·금융·광고와 같은 서비스산업 육성에 매진해야 합니다. 선진국에서 1만 달러짜리 차를 만들면 70%가 디자인, 마케팅 등 서비스 비용입니다. 최근 제조업을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서비스업 경쟁력 없이는 제조업이 절대로 잘 될 수 없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자동차 디자인이 뭉툭하다면 누가 사겠습니까? 국가 경제가 고도화하려면 서비스 산업이 발달돼야 합니다. 어떻게 서비스 산업에서 부가가치를 이끌어낼지를 고민하고 거기에 투자해야 합니다. 제조업은 부가가치 없이는 비용이 맞지 않아 중국 등과 경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정부도 이런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서비스업이 없으면 제조업도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올해 국내 경기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난해 11월 국내 경기가 올해 바닥을 찍고 서서히 일어날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그대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업들의 생산성이 좋았기 때문에 원가도 내려갔습니다. 문제는 금융에서 터졌는데, 금융은 물이 내려가는 수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생산성)이 부족한 것은 고칠 수 없지만, 수로가 망가지면 바로 가서 고치면 그만입니다. 일부에서 더블딥(double dip; 경기 이중하강)을 이야기 하는데 가능성이 적다고 봅니다. 하반기 이후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과거 1930년대 대공황과 비교해볼 때 지금은 경제학 기법과 예측모델, 정책의 다양성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달돼 있습니다. 일례로 당시에는 화폐를 찍어내려 해도 금본위제였기 때문에 할 수 없었지요. 각 국 정부의 컨틴전시플랜들이 잘 작동되리라 보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인들을 위해 한 말씀 해주시지요.
“미래 사회는 학습의 시대입니다. 농경사회에서는 땅이 중요했고, 산업사회에서는 공장을 어디에 짓는지가 중요했습니다. 미래 지식사회에서는 공부가 화두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년 전 이를 알고 공부를 했던 이들은 지금 모두 다 잘 됐습니다. 공부 안 한 CEO와 공부한 CEO들의 성패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우리 기업인들 모두 지식정보화시대를 이끌어가는 글로벌 리더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국제변호사를 비롯해 국내 최대 로펌과 정계를 거쳐 지금은 IGM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 현재 IGM을 운영하면서 스트레스가 있다면 어떤 것들인지 궁금합니다.
“솔직한 마음을 말씀드리면 천직은 변호사라고 생각합니다. 이사장직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게는 변호사가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원을 운영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하지만 청담동 오피스텔에서 처음 시작했을 당시부터 지켜오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첫째가 100% 사외이사제입니다. 그동안 송자 명지대 총장과 장하성 고려대 교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제프리 존스 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조동성 서울대 교수 등이 거쳐 가셨습니다. 설립 1년 후부터는 수익을 직원과 주주, 공익을 위해 모두 다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버는 것에 비해 축적된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이 연구원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환갑을 맞으셨는데요,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일주일에 한두 번 헬스클럽에서 운동합니다. 또 주말에도 그냥 쉬기보다는 운동을 합니다. 술은 몸에 맞지 않아 거의 입에 대지 않고 있습니다. 주량이 폭탄주 한 잔입니다. 머리가 흰 편이라 염색을 했었는데, 2년 전부터 안합니다. 안 하니까 아주 좋아요. 내 자신을 찾은 듯 편안합니다. 앞으로 해외진출 등을 하면서 직원들 고생 덜 시키려면 제가 건강해야 하겠지요.”
전성철 이사장은?
전성철 이사장은 1949년생으로 벌써 환갑을 맞았지만 늘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나서는 ‘흰머리 소년’이다. 열정 하나만 놓고 보면 웬만한 30, 40대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미국에서 간난고초 끝에 경영학석사(MBA)와 법학박사(JD) 학위를 따냈다. 이후 국제변호사로 8~9년가량 일하다 귀국해 TV 경제 프로그램 진행자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잠시 정치에 입문해 총선 출마도 했었지만 2000년 세종대 부총장으로 복귀해 CEO들의 교육에 대한 갈증을 접하고 2003년 IGM을 설립하게 된다.
전 이사장은 스스로가 시간과의 싸움을 하며 노력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게으르거나 적당히 일 처리를 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삶의 신조 역시 ‘주는 자가 되자’라고 한다. 그래서 흔히 하는 복권도 구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에게 베풀면 반드시 배로 돌아온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약력)
1949년 대구광역시 출생
1973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1978~83년 미국 미네소타주립대학 경영학석사(MBA), 법학박사.
1983년 미국 Reid & Priest 법률사무소 통상담당 선임변호사(Partner)
1991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국제 변호사.
2001~2002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위원장
2001~2002 세종대학교 부총장
2003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저서)
[변화의 코드를 읽어라] 2003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 2002
[청와대가 보인다 대통령이 보인다]2001
[전성철의 경제를 푼다]1999
대담= 박정규 편집국장/ 정리= 김훈기 기자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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