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이 사의을 표함에 따라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 이사장의 사퇴가 파생상품 투자 손실에 따른 금융위원회의 징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11일 박 이사장은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사퇴의 변을 통해 "세계금융위기에서 '기금보호'란 소명을 완수했고, 기금운용이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섰다"며 "평생 파산금융회사를 거치면서 얻은 피로감을 덜고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주의적 경고'를 받은 지 이틀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금융위의 징계가 사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사의가 단순히 '휴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황 회장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사퇴한 박 이사장보다 두 단계나 높은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받은 황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지주 관계자는 "박 이사장 사의 표명으로 황 회장의 사퇴압박에 더 부담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황 회장이 박 이사장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인물이라 타격도 더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14일(월요일) KB지주가 임시 이사회를 열 예정이라 황 회장은 더욱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이날 이사회는 황 회장의 징계 건을 논의하는 자리로 황 회장을 비롯해 부회장인 강정원 행장, 김중회 사장, 9명의 사외 이사들이 참석한다.
하지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조담 전남대학교 교수는 "징계에 대한 사실 보고를 듣는 자리로 현재로선 황 회장에 대한 '불신임'이나 '해임요구' 등과 관련된 안건은 올리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번 이사회를 황 회장이 무사히 넘긴다고 해도 아직 예금보험공사의 징계가 남아있다.
예보는 우리금융지주가 지난해 4분기 경영이행약정(MOU)을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오는 23일 예보위를 통해 규명할 계획이다.
예보는 황 회장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이 우리금융의 적자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직무정지 상당'이나 '해임권고 상당'의 징계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같은 수위의 징계가 이뤄진다면 KB지주 이사회는 황 회장의 거취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할 가능성이 크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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